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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애니깽'의 후손들도 감탄한 ‘집밥’ 같은 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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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5-06-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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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템플스테이] 보은 법주사

주멕시코 재외동포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6월10~11일 법주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겼다.
주멕시코 재외동포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6월10~11일 법주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즐겼다.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템플스테이다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만당스님)이 발표한 2024년 템플스테이 참가자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참가자의 82.2%가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전년 대비 긍정 응답률이 부쩍 늘었다그 이유로는 사찰 주변 환경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이 첫손으로 꼽혔다. ‘불교의 가르침(마음 비우기내려놓기 등)’이 그 다음이었다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명상이었다특히 사찰음식 체험이 지난해에 비해 선호도가 크게 증가했다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사찰에 방문하게 되어 행복합니다완전히 만족스럽습니다.”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도록 번역해주고 도와준 사람이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등의 소감에서는 진실한 즐거움이 느껴진다피부색이 달라도 사람의 마음은 다들 비슷비슷해서 어디서나 생계에 허덕이고 경쟁에 시달리며 대출을 걱정한다때로는 도망가거나 숨어들고 싶게 마련인데 한국의 불교는 바야흐로 국제적인 안식처다첫사랑이나 핏줄과 같이한국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다면 더욱 각별하다.

'애니깽이란 제목의 영화가 1997년에 개봉했다. 1905년부터 멕시코로 건너간 대한제국 노동자들의 애환을 그렸다. ‘애니깽은 이들을 부르는 별칭이자 멸칭이다이들이 현지 농장에서 재배하던 식물 에네켄(Henequen, 용설란)’에서 유래했다멕시코는 이때만 해도 꽤나 부국(富國)이었다. ‘미합중국의 이웃국가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외국계 용역회사의 꾐에 속아서 배 타면 한 달 넘게 걸리는 나라로 떠났다실제로는 저임금 중노동에 학대당하며 멕시코 원주민인 마야족 노예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조선이 낳은 이주노동자

40도 땡볕에 지치고 고액 수수료 떼이고 매 맞는 와중에 급기야 한일합방으로 무국적자 신세까지 굴러떨어졌다죽으나 사나 그 땅에서 승부를 봐야 했던 한국인들은 거기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다이제 어느덧 5대째다애니깽의 자손들은 3만 명에서 5만 명으로 추산된다동화가 되고 혼혈이 되어 멕시코의 국어인 스페인어를 쓴다다만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경제가 멕시코를 압도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그래야 ’K-도 온전히 들을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주멕시코 재외동포 독립유공자 후손 13명을 초청해 69일부터 15일까지 팸투어를 진행했다광복 80주년 및 멕시코 한인 이주 12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이다고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어봤고 남산타워에도 올랐다서울 은평구의 전통사찰 진관사도 방문했다성북구 수월암에서는 토마토 물김치와 가지새싹말이를 요리해봤다.

모국의 절에서 하룻밤

10일과 11일은 충청북도 보은군 법주사에서 템플스테이를 12일 동안 체험했다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법주사를 둘러보고 단청에 색깔도 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명상 버금가게 외국인들이 호감을 느끼는 108염주도 손수 만들어 목에 걸었다참가자들은 1919년 3·1 운동 소식을 듣고 멕시코에서 군자금을 모은 이영순 선생과 평안북도 강계의 만세시위를 주도했던 황보영주 선생의 혈육이다. 20대 남짓한 또래 청년들인데 자세히 보면 모두의 얼굴은 미세하게나마 한국적이다예불이나 삼배를 할 때에 대단히 공손했다행실은 더 한국적이다.

법주사(法住寺)는 국토의 가운데에 위치했다속리산에 있고 경주 불국사와 함께 과거 대표적인 수학여행지로 각광받았다해외여행 자유화 또는 KTX가 뚫리기 이전이다시외버스를 타고 가면 여전히 교통이 불편하다그에 반비례해 고즈넉하고 천연스럽다국보 제55호 법주사 팔상전(捌相殿)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탑이다현대에 조성된 높이 33미터의 금동미륵대불이 랜드마크다. 1985년 아직 시멘트일 때의 대불을 구경한 적이 있다.

법주사와 템스의 공통점

쌍사자석등은 국보 제5호로서 통일신라시대의 뛰어난 석조공예술을 입증하는 걸작이다무엇보다 1300년 이상 살아남았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아 국보의 앞쪽에 자리했다한반도에서 호랑이는 멸종됐다는 게 정설이고 사자는 아예 있지도 않았다그런데 어째서 사자가 고대 건축물의 소재가 됐는지 늘 궁금하기는 했다부처님의 나라 인도에 다녀온 신라 구법승들의 목격담을 듣고 제작한 작품이란다사자는 아프리카에만 사는 것 같지만 여전히 인도에도 서식한다서기 553년 의신(義信)’이란 법명의 스님이 인도에서 입수한 경전을 하얀 당나귀에 잔뜩 싣고 속리산에 왔다템플스테이처럼법주사 역시 민간외교의 산물이다.

황보영주 선생은 멕시코에서 양을 치거나 택시 운전을 하면서 연명했다이영순 선생은 행적을 확인하지는 못했는데 그리 넉넉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파드메 앙헬리케 에스트라다 바산은 열아홉 살의 여대생이다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에 처음 왔는데 뿌리를 잊지 않은 집안의 피붙이다제주도민이었던 고조할머니가 이역만리로 이주하면서 지금의 그녀가 존재한다한국의 산하(山河)와 독립운동 무용담이 가족들의 대화 주제로 100년 넘도록 살아있다짤막한 한국어도 서로가 곧잘 쓰는데 김치 국수 파전 비빔밥 등 주로 음식의 낱말들이다집에서 간혹 해먹는 음식들이다.

독립운동은 이제 그만

멕시코는 전체 인구의 80%가 가톨릭을 믿는 국가다바산의 일상에서 한국불교는 대단히 생소하다. “불상 같은 것을 보기는 봤다.” 그러나 삶의 근본인 먹음’ 앞에서 한국인은 지구 어디에 터를 잡아도 한국인이다저녁공양을 하고 나더니 마치 집밥을 먹은 느낌이라며 기뻐했다돈이 없어서 끝내 귀국하지 못한 증조할머니 대신 먹은 집밥이고어쩌면 증손녀의 입을 통해 비로소 재회한 집밥이다다시는 빼앗겨선 안 될 집밥이기도 하다.

■ 법주사 템플스테이

마음의 쉼(12)

오후 2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150분까지법주사 문화재 둘러보기스님꽈 함께하는 선명상, 108배 및 108염주 만들기 등.

 

찾아가는 길

[주소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405

동서울터미널 → 속리산터미널 → 도보로 20여 분.

 

문의: (043)543-3615
예약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