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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 [맛을 잇다] 강원의 미각 세계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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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142회 작성일 24-11-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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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연 식재료에 ‘겸손 한 스푼’ 화려함 덜어낸 우리네 미각”
원주 할머니 씨간장 해마다 덧장…‘발효’ 이어가야
전통한식 관심 증가 해외호텔서 시연·컨설팅 늘어
단순화 요소 갖춘 ‘사찰 음식’ 진정한 파인다이닝
강원도 곳곳 제철 산나물 곁들인 레시피 무궁무진
서울 ‘두레유’ 유현수 셰프

치악산 아래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남아있는 장독대. 아버지 주방에서 뛰어놀던 소년이 한식을 대표하는 스타셰프가 되어서도 매년 이곳에서 덧장을 한다. 채집요리에 기반해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있는 유현수 셰프는 그렇게 지역의 맛을 전세계로 잇고 있다. 유현수는 2017년 처음 나온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에 최초 선정됐다. 전국 24곳 뿐이었던 때다. 2008년 미국으로 무작정 떠난지 불과 8년만이다. 전세계 3명, 한국 최초이자 유일의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친선셰프로 기후·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식문화도 알리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현지 기후에 맞춰 발효를 연구하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쌓고, 구수한 사투리의 나이 지긋한 스태프들과 손발 맞춰가며 일한다. 그가 한식을 숙성시켜 나가는 방식이다. 혼자 품고 있는 사찰음식에 대한 철학을 테이블 위로 어떻게 풀어낼지도 아직 미지수다. 한식 분야에서 굵은 마디를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는 유현수 셰프를 그가 오너셰프로 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두레유에서 만났다. 입구에는 미쉐린가이드, 테이스트오브서울, WFP 친선셰프 임명장과 함께 강원특별자치도 홍보대사 위촉패가 함께 놓여 있었다.

‘요리의 근본은 자연’이라는 원주 출신 셰프 유현수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두레유에서 나물재료의 하나인 신선한 갓을 들고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호
‘요리의 근본은 자연’이라는 원주 출신 셰프 유현수씨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두레유에서 나물재료의 하나인 신선한 갓을 들고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정호

한국 최초 미쉐린, 한식 메신저로

-요리로 진로를 정한 계기는.

“할머니께서 요리를 정말 잘하셨고, 아버지가 실력을 물려받으셔서 원주에서 여러 음식점을 하셨다. 주방에서 놀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후에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미국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외식 문화가 자리잡았지만, 해외에는 벌써 100년 넘는 식당들이 있었다. 선진 외식문화가 궁금했다. 당시에는 미쉐린 가이드가 유일한 지침서 같았다. 막연하게 꿈을 키우면서 100군데 넘게 이력서를 넣었는데 운좋게 2스타 ‘아쿠아’라는 곳에서 연락을 받았고 바로 미국에 갔다. 자전거로 1시간 출퇴근 하면서도 정말 값진 경험을 얻었다.”

-이후 한국 최초의 미쉐린에 선정됐다.

“한국판 미쉐린 가이드 최초 발간 소식에 누가 들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전국에 좋은 레스토랑과 셰프들이 넘쳐나는만큼 바늘구멍 통과 같은 것이다.”

-런던올림픽 때 주영대사관 총괄 셰프도 맡았다.

“모든 문화가 집약된 런던, 전세계인의 축제에서 한식을 알릴 기회였던만큼 의뢰 받고 매장 문까지 닫고 갔다. 그때만 해도 한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아무 배경지식 없이 맛있게 즐기는 모습에서 쾌감을 얻었던 기억이다.”

-요즘 해외의 한식 수요를 체감하나.

“정말 본격화된 것 같다. 작년부터 해외 활동이 더 늘었다. 강의, 시연, 컨설팅 등 다양하다. 아직 한식이 없는 외국 호텔들이 도입하고 싶어한다. 한국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인 수요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퓨전이 아니라 전통 한식, 더욱 ‘한국스러운’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유 셰프는 인터뷰 다음 날 대규모 한식공간 기획 자문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던 그 도시다.)”

유현수 셰프 레스토랑 두레유의 ‘씨간장’
유현수 셰프 레스토랑 두레유의 ‘씨간장’

식량·기후위기 해법, 채집요리·사찰음식서 찾다

-식량위기, 식량 빈부격차에 대한 우려가 높다. WFP 친선셰프로서 해법은.

“‘옛날에 먹던 식’으로 먹자는 것이다. 배부르게 먹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됐다. 음식 양도, 식습관도 본래 먹던 방식으로 돌아오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전히 지구 반대편에는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이들이 있다. 예전에는 저장 공간이 없다보니 먹을만큼 먹고 주변에 나눴다. 전세계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나눔문화를 이어가면 어떨까.”

-음식은 기후위기 문제와도 연결된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재료 손질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의식적 행동을 통해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다. 채소를 과학시간처럼 깔끔하게 다듬고 깎아내려는 경우가 많은데 당근, 무 등은 그냥 깨끗하게 씻어서 써도 된다. 껍질에도 영양분이 많은데, 색이 좀 변했다고 버리기도 한다. 손질법 관련 캠페인을 유튜브 등에서 보실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찰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사찰음식의 세계는 어마어마하다. 1년 넘게 수련했다. 제철마다 나는 것이 다르다. 서양요리로 보면 ‘채집요리’다. 세계 1위 레스토랑 덴마크 ‘노마’의 비결도 채집요리다. 비옥한 땅에서 난 재료를 고급스럽게 낸 것이 먹혔다. 환경 문제 등 우리가 생각할 부분과 닿아 있다. 사찰음식을 언제 풀어낼지 아직 모르겠다. 묵혀두고 있다.”

-최근 평창 월정사에서 먹은 사찰음식은 재료는 익숙한데 조리법이 참신하고, 양도 적어서 ‘파인다이닝’ 같았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배웠다. 최고의 파인다이닝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트렌드는 화려하지 않은 ‘미니멀’인데, 사찰음식도 똑같다. 비우고, 빼고, 최소화,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다만 플레이팅의 차이다.”

산나물·바다 나물 모두 ‘애정’

-지역에 따라 식재료 차이도 크다. 강원의 재료에서 얻는 아이디어들이 있다면?

“나물에 애착이 크다. 제철마다 나오는 수백 종의 나물이 주는 경험의 규모는 엄청나다. 조리법이 모두 다르고, 양념도 다르게 쓴다. 비슷해 보여도 어떤 나물은 된장, 어떤 나물은 고추장이 필요하다. 무침 뿐 아니라 조리법도 무궁무진하다.”

-구체적인 요리 제안이 있을까.

“2010년 취나물 아이스크림을 만든 적이 있다. 녹차 아이스크림도 만드는데 취나물은 왜 안되겠나 싶었다. 최근 한 방송에서는 곤드레를 면 요리에 썼다. 한우가 유명하니 많은 사람이 좋아할만한 나물떡갈비도 있겠다. 평창에서 유명한 메밀로 할 만한 요리들도 많이 떠오른다.”

-늦가을, 겨울의 초입이다. 지금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한다면?

“감태국수와 조갯살 미역무침이다. 쌀쌀해지면 해초의 맛이 참 좋다. 김은 흔하니까, 미역과 감태를 추천드린다. 미역은 조개와 무쳐서, 감태로는 육수를 내어 드시면 좋겠다. 일반 잔치국수에 감태를 조금 넣으면 색깔도 예쁘고, 향도 좋다.”

유현수 셰프의 ‘소갈비 설야멱적’
유현수 셰프의 ‘소갈비 설야멱적’

요리를 통한 자연의 전달자

-한식의 진정한 가치, ‘발효’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발효는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쉽지 않다. 매년 담그면서 데이터를 만드는 이유다. 서양처럼 딱 떨어지는 레시피를 만들 순 없어도 매뉴얼을 찾아나가려고 한다. 요즘은 해외 각국마다 다른 기후에서도 실험해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화’도 가능하다고 본다.”

-장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집안마다 담그는 문화는 줄고 있다. 무형의 가치를 어떻게 이어야할까.

“한국 사람만의 미각이다. 예전처럼 집안마다 장을 담그는 것은 어렵겠지만 어떤 장이 좋은지 구별할 수 있는 미각은 가졌으면 한다. ‘장독대’를 모르는 세대도 있을텐데 요즘 발효의 원리를 알 수 있게 장 만들기 체험 키트도 나온다. 직접 만들지 못해도 우리의 맛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도는 알면 좋겠다.”

-어떤 장이 가장 좋나.

“우리 집 장이다.(웃음).

터전인 원주를 포함해 곳곳에 장독대가 있다. 직접 담그는데, 간장은 덧장으로 매해 담근다. 제가 가진 제일 오래된 장은 할머니 장이다. 할머니가 젊은 시절부터 만드셨으니, 100년도 넘었을 그 장에 계속 덧장을 해서 쓰고 있다. 매장에 필요한 전량을 소화하지는 못하지만 매해 이어간다는 의미가 깊다.

-셰프로서 언제 성장했다고 느끼나.

“매년 느낀다. 음식이 잘 안 될 때조차 하나의 마디가 생기는 느낌이다. 아직 연륜이라는 단어를 꺼내기엔 이르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그런 것들이 생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도 조금씩 숙성되고 있다는 기분이다. 마치 음식처럼. 더 나이 들었을 때 어떤 음식을 낼지 기대된다.”

-음식하는 사람의 마음가짐, 좋은 요리사의 덕목은.

“자연의 식재료를 잘 전하는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리의 근본은 자연이다. 모든 식재료는 자연에서 오고, 이것 없이 요리는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겸손해지는 마음, 자연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이다.”

진행·정리/김여진·최우은

유현수= △원주 △원주고 △미 샌프란시스코 아쿠아 레스토랑 근무 △D6 총괄셰프 △주영국 대한민국대사관 총괄셰프 △키친플로스 총괄셰프 △두레유 오너셰프 △유엔세계식량계획(WFP)친선셰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방송 출연 △정화예술대 특임교수 △강원도 홍보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