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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그 어떤 행복도 '무심(無心)'한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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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89회 작성일 24-11-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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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뭣고 템플스테이] 공주 학림사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인 학산 대원대종사가 학림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참선을 가르치고 있다.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인 학산 대원대종사가 학림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참선을 가르치고 있다.

‘이뭣고’는 ‘이것은 무엇인가’의 경상도 사투리 버전이다. 경남 산청 태생으로 말투가 빠르고 강했던 해인총림 초대 방장(方丈) 성철스님(1912~1993)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자유의지의 유무(有無)에 관한 근원적 질문이다. 밥을 원하든 잠을 원하든, 엄밀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내 안의 ‘이것’이 원하는 것이다. 충동적이고 맹목적인 본능인 이것을 서양에서는 '이드(Id)'라 하고, '이것'을 밝혀내 극복하는 일이 수행정진의 처음이자 끝이다. ‘이뭣고’는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평생을 힘들고 불안하고 비겁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한국형 화두다. 해인총림 제10대 방장에 취임한 학산 대원대종사의 표현에 따르면 “이불 속에 독사를 놔둔 채 밥하고 직장 다니는” 격이다. 독사를 쫓아내 견성(見性)하는 것이 주업이고 그 모든 생업은 부업이다. 주업이 잘 돼야 부업이 잘 되는 법이다. 나를 알아야 삶이 풀린다.

마음 그대로가 깨달음이다

동안거(冬安居)가 시작됐다. 겨울에는 동안거가 여름에는 하안거가 있다. 춥고 더울 때 3개월씩 스님들이 외부 출입을 끊고 수행에 전념하는 기간이다. 계룡산 기슭에 자리한 학림사 오등선원(五燈禪院)에서는 잠을 자지 않고 화두를 드는 용맹정진이 진행 중이다. 학림사 조실(祖室)인 대원스님이 손수 지도한다. 조계종 종정을 지낸 고암스님에게서 인가(認可)를 받은 선(禪)의 종장(宗匠)이다. ‘오등’이란 이름은 중국 선종(禪宗)의 대표적 역사서인 <오등회원>에서 따왔다. 재가자들도 스님들과 함께 안거에 동참했다. 이번 겨울 스물너덧 명이 들어왔으며 출퇴근하는 불자들까지 포함하면 서른 명이 넘는다. 학림사 템플스테이 역시 선명상에 집중한다. 명실상부한 ‘젠(Zen) 마스터(Master)’인 어른에게서 참선하는 방법을 직접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뛰어나다. 여느 템플스테이에서는 불교의 외피만 맛보고 가는 편이지만 이곳에서는 뿌리를 삼킬 수 있다.

선교겸수(禪敎兼修)가 공부의 기본이다. 글로 배운 것을 몸으로 확인하면서 깨달음을 증득(證得)해간다. 11월16일 토요일 저녁 <전심법요(傳心法要)>부터 읽었다. 임제종(臨濟宗)의 기초를 세운 당나라 황벽희운(黃檗希運) 선사의 어록이다. 대원스님은 “견문각지(見聞覺知)에서 견해를 일으키지 말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견문각지를 버려서도 안 된다”는 구절의 의미를 물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목전의 이익을 탐하고 당장의 손해를 견디지 못하는 게 중생이니까. 마음은 늘 빗나가거나 토라지거나 붕괴되는데 그래도 마음만이 희망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전부 허망하지만 무용한 것은 아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나를 살린다. 구차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뭐라도 깨달을 수 있다. 오욕은 눈앞에선 악(惡)이지만 참아내면 선(善)이다. 삶의 묘미란 진제(眞諦)와 속제(俗諦) 사이의 긴장과 탄력에 있다. 관건은 그 팽팽한 외줄 위에서 분별심을 내느냐 마느냐이다. 아파할 것도 의연할 것도 없다. “그 어떤 행복도 무심(無心)한 것만 못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

밤 10시부터 본격적인 실참(實參)에 들어간다. ‘이뭣고’로 승부를 보는 시간이다. 수행에 도가 큰 중장년은 철야를 하지만,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1시간 정도만 체험한다. 대원스님이 호랑이처럼 어슬렁거리며 졸음을 깨우거나 자세를 고쳐주려고 죽비를 내려쳤다. 소리만 요란하지 통증은 미미하다. 머리가 개운해지니까 때려주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에 더 이상 현혹되거나 구속받지 않는 내가 기어이 올 듯 말 듯 ‘썸’을 타는 도중에 날이 밝았다. 아침의 소참(小參)법문 시간은 격려의 시간이고 축원의 시간이다. 스님은 돈을 얼마나 벌었든 어떤 지위에 있든, “내가 나를 모르면 무조건 불행하다”며 ‘이뭣고’의 생활화를 권했다. 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 본래진면목(本來眞面目). 욕구에 허덕이는 몸뚱이와 명예에 집착하는 이름 이전의 본성을 봐야 한다는 충고가 모두의 뇌리에 박혔다. 도무지 취업이 안 되든, 사업이 안 되든, 육아휴직 끝나서 회사에 돌아가야 하든, 정답은 이것뿐이다. 

사과를 알면 사과를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피아노를 알면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다. 내가 나를 알아도 마찬가지다. 내 뜻대로 부릴 수 있고 인생이 안정되며 나만으로도 행복하다. 대선사였던 만공스님이 어느 해 안거를 마친 대중을 불러놓고 법문을 했다. 무더위에 수고했다고 다독이면서 돌연 “그물 속에 물고기 한 마리가 걸려 있는데 어떻게 구조할 것인가” 문제를 냈다. 대중 가운데 누군가 나서서 그럴싸하게 한마디 하려 입을 뗐다. 만공스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옳거니, 또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려들었다”며 조롱했다. 내가 나를 알아야 하는데, 남이 나를 알아주기만을 바라니까 자꾸 그물에 걸린다. 달콤한 미끼 앞에서 눈이 멀고 가스라이팅에 번번이 낚이고 급기야 자녀교육의 먹이가 된다. 나의 삶이란 나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인데. 그냥 사는 게 잘 사는 것인데.

■ 학림사 템플스테이

나는 무엇인가?(1박2일 또는 2박3일)

: 오후 3시부터 다음날(셋째날) 오후 1시까지. 새벽예불 및 참선, 행복을 찾는 108배, 오전 참선, 저녁예불 및 참선, 단주 만들기 등.

 

찾아가는 길 

[주소]

충남 공주시 반포면 제석골길 35-45

대전역 하차 후 107번 시내버스를 타고 학봉삼거리에서 하차 후 도보 10분.

 

문의: (042)825-0515
예약: 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