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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MZ세대 사로잡은 재밌는 불교문화 (2) 승복 입고 디제잉·스님이 커플 매칭 '재밌어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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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1,367회 작성일 24-05-2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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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이 지난달 4일 서울국제불교박람회 무대에서 디제잉 공연을 하고 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제공


"전엔 엄숙한 종교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힙하고 재미있게 느껴져요." 다소 엄숙하고 어려운 이미지로 여겨졌던 불교가 이제 MZ세대 사이에서 '힙'한 종교로 통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재미'와 '의외성'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불교 특유의 포용적 교리와 메시지가 SNS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흥미를 가질 만한 이색적인 이벤트가 최근 많이 열리고 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파격 시도 호응
EDM 입힌 뉴진스님의 찬불가 열광
방문객 전년비 3배…10~30세대가 80%

커플매칭 예능 패러디한 '나는 절로'
재미·신선함 더한 이색 콘텐츠 각광
엄숙한 종교 이미지 벗은 행사 '속속'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지난달 6일 인천 강화군 소재 전등사에서 진행한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에서 남녀 참가자들이 묘장스님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제잉 파티·짝 찾기…불교 행사의 변신

지난달 4일부터 나흘간 열린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재밌는 불교'를 주제로 진행됐다. 올해로 12회를 맞은 이 행사는 이번 회에 파격적 변신을 하며 젊은 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행사를 주최한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박람회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약 3배 정도 늘었는데, 80%가 10~30대였다. 메타버스 사찰 체험, 출가 상담, 차(茶) 시음회, 디제잉 파티 등 젊은 세대의 문화를 적극 수용한 콘텐츠로 눈길을 끌었다. AI 부처의 고민 상담,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팔로어 3만1천명 '꽃스님' 화엄사 범정스님의 강연, 남은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임종체험'도 진행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모은 건 '뉴진스님'의 DJ 네트워킹 파티였다. '뉴진스님'은 개그맨 윤성호의 이른바 '부캐'다. 이름은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나아간다(進·진)'의 뜻을 담고 있으며 걸그룹 뉴진스의 이름도 차용한 것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스님으로 변신한 그는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입힌 찬불가를 디제잉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유쾌한 춤사위와 함께 "이 또한 지나가리, 이 또한 지나가리, 고통을 이겨내 극락왕생!" 등을 노래해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무대가 담긴 영상이 널리 퍼져 온라인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보수적일 것 같았던 불교가 가장 멋있다" "부처핸섭!" "정말 재밌다. 종교가 무조건 고요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교리가 참 와닿는다. 불교는 젊은 사람이 입문하기 힘든데 이런 식으로 더 친근감 있는 생활 종교가 됐으면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올 하반기 대구와 부산에서도 같은 행사를 열 예정이다. 김현준(25·대구 중구)씨는 "SNS를 통해 이번 불교박람회 영상과 후기를 접했다. 대학교 축제 같았다. 종교 행사는 따분하고 재미없을 거란 편견이 깨졌다"며 "어렵게만 보였던 불교가 친숙해졌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곧 대구에서도 열린다고 하니 꼭 한번 가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인천의 전등사에서는 지난달 6일 짝 찾기 프로그램 '나는 절로'가 열렸다. 방송 프로그램 '나는 솔로'가 모티프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결혼 기피나 저출산 등을 해소하는 방안의 하나로 실시하는 미혼 남녀 템플스테이다. 스님이 매니저로 나서 30대 미혼 남녀 20명의 커플 매칭을 돕는다. 남녀 각 10명을 모집했는데, 남성 147명·여성 190명이 지원해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쉬어가는 이색 체험 '템플스테이'도 인기

한국의 불교문화를 알리기 위해 등장한 '템플스테이'도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다. '템플스테이'란 절에 머물면서 불교문화와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일이다. 속세를 떠나 불교와 관련된 이색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경북 지역 한 사찰 관계자는 "체험을 하러 오는 사람 중 80%는 MZ세대다. 그중에서도 여성이 대다수"라고 했다.

프로그램은 주로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대구 동구 도학동에 위치한 동화사의 경우 체험형은 사찰음식 만들기와 차 마시기, 오는 15일까지 부처님 오신 날 기간에 한정해 연꽃등 만들기가 있다. 휴식형은 오리엔테이션과 절에서 음식을 먹는 공양, 순례를 마치는 회향식을 제외하곤 모두 자율로 이뤄진다. 동화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경북대 김민정(20)씨는 "종교가 없고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혼자 쉴 수 있고 절의 독특한 분위기까지 만끽할 수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찰음식도 템플스테이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기존에 사찰 음식은 부실하고 맛 없을 거란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과 함께 비건 선호도 늘어나면서 채식인 사찰 음식에 대한 궁금증이 증가했다. 이에 사찰에서도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5일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사찰음식'을 검색하니 약 3만3천개의 게시물이 나왔는데, 두부 완자 미역국, 두릅전, 우엉전병, 가지전 등의 음식 사진이 담겨 있었다. 김씨가 방문한 동화사에서도 나물반찬과 두부조림, 버섯요리, 야채 고명이 올라간 국수 등이 나왔다.

이런 인기로 불교 문화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대학생이면 단돈 1만원에 템플스테이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오는 30일까지 '청춘'을 주제로 '청춘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학업과 취업, 경쟁 스트레스에 지친 청년들이 전국 100여 곳의 사찰에서 심신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한다. 대구 지역은 동화사, 경북 지역은 △고운사 △골굴사 △보경사 △봉정사 △선본사 △심원사 △용문사 △은해사 △자비선사 △직지사 △축서사 등에서 진행한다.

◆"가르침 위로돼" "강요 없어서 좋아" 교리에도 긍정적

최근 MZ세대에서 불교가 사랑받는 이유에는 이색 체험도 있지만 교리도 한몫한다. SNS 등을 통해 불교 특유의 포용적 메시지가 널리 알려지면서 보이는 것과 경쟁에 지친 청년들의 마음을 저격한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박선영(25)씨는 "유튜브를 통해 한 강연에서 스님이 대학생의 고민에 대해 조언해주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큰 위로가 됐다. 취업 준비로 바쁜 일상을 보내던 중 쉬어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삶을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어 불교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다른 종교에 비해 종교 강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혔다. 김현준씨는 "종교가 심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 신앙 활동을 하고 싶어도 엄격한 규율, 강요 등으로 입문하기 쉽지 않았는데 불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 같다. 불교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보고 괜찮으면 종교로 삼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격식에 얽매이는 것을 꺼리는 젊은 세대에게 불교 문화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송재룡 경희대 교수(사회학과)는 "정기 예배나 헌금 등에 대한 부담이 없고, 누구나 일상적 수련과 명상으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은 다른 종교에 비해 젊은 층의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