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절에서 맛보는 흥겹고도 거룩한 ‘극락 텐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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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 템플스테이] 성남 정토사
우리의 ‘안녕하세요’와 같은 인도의 ‘나마스떼’는 산스크리트어(語) ‘Namah’와 ‘Aste’의 합성어다. ‘Aste’는 영어로 치면 ‘To you’이고 ‘Namah’는 ‘귀의(歸依)’한다는 뜻이다. ‘Namah’는 한자문화권 동아시아로 와서 ‘南無(남무)’로 가차(假借)되었고 한국에서는 발음이 불편해 받침 미음이 자연스레 탈각됐다. 나무아미타불의 ‘나무’가 이것이다. 아미타불(阿彌陀佛)은 극락세계를 다스리는 부처님이고 영원한 생명의 부처님이다. ‘아미타(a-mita)’는 ‘끝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불에게 귀의하겠다”고 말하는 것이고 이 여섯 글자를 쉬지 않고 말하는 것이 염불(念佛)이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는 속담은 부지런하고 목표가 분명한 삶에 관한 교훈이다. 염불만 해도 순식간에 극락에 갈 수 있다. 염불을 하는 그 자리가 이미 극락이다.
청계산은 북한산만큼이나 인기 있는 산이다. 서울을 에워싼 산들 가운데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경기도 성남시 과천시 의왕시에 두루 뻗어있다. 맑은 물이 흘러 청계(淸溪)이고 고도가 618미터로 그리 높지 않으니 등산객들이 그토록 사랑하는가 보다. 강남 사는 연예인들도 자주 찾는다. 10월19일은 토요일이었고 울긋불긋한 모자 쓰고 배낭 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오갔다. 정토사(주지 법원스님·조계종 군종교구장)는 산의 입구인 옛골에 터를 잡았다. 울창한 숲과 깨끗한 계곡에 힘입어 산사 고유의 정취를 간직했다.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샛노란 노른자인 서울 강남과 성남 판교에 인접한 최고의 입지다. 7000여 평의 넓은 부지에 백련지와 홍련지에서 연꽃 향기가 만발하는 절이다. 아미타불을 주불(主佛)로 모신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청계산도 추천할 만하다.
사람과 목탁의 거대한 앙상블
물론 정체성은 염불에 있다. 2000년에 만일(萬日)염불결사가 조직돼 지금껏 활발하다. 말 그대로 무려 1만 일 동안 염불하는 모임이다. 1만 일은 대략 27년 4개월쯤 되는 시간이고 2027년에 이 엄청난 여정이 마무리된다. ‘아침에 기도하고, 저녁에 감사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염불을 생활화하고 있다. 평소에는 집에서 염불하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정토사에 모여 염불한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와 총장을 역임한 정토사 회주 보광스님이 손수 이끌고 가르친다. 먼저 저녁 7시부터 8시30분까지 무량수전에 앉아서 염불한다. 이후 경내를 걸으면서 염불하고 다시 법당으로 돌아와 밤 10시까지 염불하는 일정이다. 원하면 밤새워서 할 수도 있다. 전자는 이른바 ‘사운드 메디테이션(Sound meditation)’ 후자는 ‘워킹(Walking) 메디테이션’이다. 오륙십 명의 염불결사 회원들이 참여했고 템플스테이 참가자들도 그 틈에 끼어 염불을 배웠다. 묵직하고 간절한 육성의 ‘나무아미타불’이 천하를 뒤덮었다. 듣고만 있어도 치유가 된다.
정토신앙의 처음과 끝은 염불이다. 궁극적으로 심리적 안식을 얻자는 게 종교이고 염불은 가장 쉽고 빠르게 마음의 정토(淨土)에 이르는 방법이다. ‘나무아미타불’만 열심히 외면 그만이니, 예로부터 하층민들에게 지지를 받아 정착했다. 경전을 읽자니 글을 몰랐고 좌선을 하자니 시간이 없었던 이들에게는 유일한 돌파구였던 셈이다. 초보적이고 심지어 유치한 수행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군것질만 해도 금세 편안해지는 게 마음이라는 녀석이다. 인생의 정답은 죽음뿐이고 어떤 식으로 가든 극락에 가기만 하면 된다. 정토사의 ‘사운드 메디테이션’은 사운드가 정말 ‘빵빵하다.’ 모든 참가자의 손에 목탁이 쥐어져 타악기가 된다. 목탁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고 집중도를 높인다. 여기에 북과 징이 합세해 음향이 서라운드로 분출한다. 인간의 목소리와 법구(法具)의 목소리가 뒤엉켜 그야말로 법당은 육중한 소리바다가 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진짜 ‘극락 텐션’을 맛볼 수 있다.
‘부처님만 생각하면’ 어디든 극락
진지하기만 한 것은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힘들고 지겹다. 수행도 흥이 나야 오래 할 수 있는 법. “임종 앞에서 천태학과 화엄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쉽고 재미있고 신나고 그럼으로써 뭐 하나라도 얻어가는 불교”가 보광스님이 지향하는 불교다. 목탁은 미운 놈 머리라고 상상하며 더 대차게 두들겨도 괜찮다. 스트레스를 해소했으면 그 순간이 극락이고 염불은 제 기능을 다 했다. 그리고 잡념 비우고 염불에 전념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극락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 이번 템플스테이에는 유독 불안한 청춘들이 많았다. 아직도 취업을 준비하거나 며칠 전에 퇴사한 젊은이들이다. 땀 흘리고 목쉬어가면서 염불을 완수한 이들에게 일일이 정성으로 축원을 해주는 것이 염불 템플스테이의 백미다. 이 정도 무게의 성취감이라면 웬만한 극복은 충분히 짊어질 수 있을 법하다.
‘귀의’는 ‘돌아와 의지하는’ 행위이고, ‘돌아왔다’는 것은 결국 그동안 애먼 데에서 헛짓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염불(念佛)은 ‘언제 어디서나 부처님만 생각하면 부처님이 아니 도와줄 리 없다’는 인식구조 속에서 번성하고 늘 유효하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니라 생각이다. 지구가 돈다고들 알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책에서 봤거나 임의로 만들어낸 영상을 통해 형성된 믿음일 뿐이다. “네가 알긴 뭘 알아”는 비난이 아니라, 폭로다. 그러니 그렇게 믿으면, 그런 것이다. 염불하는 나의 목소리와 남의 목소리가 부처님의 목소리라 믿으면, 부처님은 일찌감치 내면이나 최소한 눈앞에 와 있다. 불운은 어쩔 수 없지만 불행은 자초하는 것이다. 불운은 한때이나 불행은 끈질기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염불 수행을 통한 심신치유 명상(매월 셋째주 토요일)
: 오후 2시40분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예불, 염불 및 걷기 명상 등.
찾아가는 길
주소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옛골로 42번길 3
지하철 3호선 양재역 10번 출구 또는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 출구 → 버스 4432번 승차 → 청계산 옛골(종점) 하차 → 정토사 쪽으로 도보 10분 정도.
문의: (031)723-9796
예약: www.templest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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