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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무더위 식히는 새콤·매콤·달콤·짭짤한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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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850회 작성일 24-07-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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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냉면 템플스테이] 예천 용문사

용문사 템플스테이에 나온 사과냉면과 옥수수전. 특별 템플스테이는 8월17일까지 매주 주말 이어진다. 용문사 템플스테이에 나온 사과냉면과 옥수수전. 특별 템플스테이는 8월17일까지 매주 주말 이어진다. 

스님들이 먹는 국수를 ‘승소(僧笑)’라 한다. 점잖고 무뚝뚝한 스님들도 웃게 만들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 나이 지긋한 스님들치고 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스님들은 거의 없다. 절에 먹을 게 도통 없었기 때문이다. 밥 말고는 국수가 유일한 별미였던 시대를 살아냈고 스님들뿐만 아니라 옛날 사람들은 다들 탄수화물 중독이었다. 가난을 면하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분투 덕분에 무궁무진한 메뉴의 기름진 음식을 손가락만 까닥여 배달시킬 수 있는 오늘이 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그냥 버리는 요즘 사람들은 입맛과 건강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사찰음식도 아주 좋아한다.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사찰음식은 그 종류와 조리법이 매우 다양한데 풍성함의 기원은 역설적으로 궁핍에 있다. 옛날엔 나라가 가난해 절에 스님이 많았다. 턱없이 부족한 식재료로 수많은 대중의 허기를 달래야 하니, 고민하고 연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모르고 먹어도 되지만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경북 예천의 용문사(龍門寺, 주지 자성스님)는 예천군 중심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소백산 기슭에 자리한 지장도량이다. 신라 경문왕 10년(870)에 두운(杜雲)대사가 창건했다. 고려 태조 왕건과 인연이 깊다. 후백제 견훤과의 공산전투에서 대패한 왕건이 이곳으로 몸을 피했는데 별안간 용 한 마리가 나타나 어가(御駕)를 반겼다. 신이(神異)에 놀란 왕건은 산 이름을 용문산, 절 이름을 용문사라 바꿨다. 위태로울 때에 만난 용은 사찰의 군사적 조력이 아니었나 싶다. 왕건은 삼국을 통일한 936년에 용문사의 대대적인 중창을 지시했다.

1300년 역사의 지장도량

윤장대(輪藏臺)는 용문사의 명물이다. 윤장대가 설치된 대장전(大藏殿)과 함께 2019년 12월 국보 제328호로 승격됐다. 윤장대는 경전들을 담아둔 책장으로 ‘바퀴 륜’ 글자에서 알 수 있듯 회전식 책장이다. 한문을 모르던 일반 백성들은 윤장대를 돌리면 경전을 읽는 효과를 얻어 업장을 소멸해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윤장대의 ‘돎’과 윤회의 ‘돎’이라는 운동적 유사성에서 착안해 만들어낸 ‘하얀 거짓말’이다. 지금은 수리 중이어서 돌릴 수 없다. 이제는 한글이 있고 문맹은 없으니 실제 경전을 열심히 읽으면 된다.

작년 7월 입적한 전 주지 청안대종사는 1998년 당대 최고 배우였던 한석규와 함께 휴대폰 광고에 등장해서 화제가 됐다. 고요한 대숲을 같이 거닐다가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머쓱해하던 한 씨의 모습은 지금껏 명장면이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카피는 중장년층에게 여전히 친숙하다. 스님의 근엄하고 묵직한 미소도 아직 기억난다. 역사와 과거는 조금씩 밀려나고 근자엔 사찰음식이 용문사를 대표한다.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특화사찰이다. 단순히 먹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다.

여름철을 맞아 기획된 ‘조용한 산사에서 사찰음식 만들기’는 8월17일까지 매주 주말 진행된다. 7월13일 2회차 강의가 열렸다. 여러 개의 주방이 마련된 용문사 사찰음식체험관에 24명이 조를 이뤄 모였다. 아무래도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다 보니 템플스테이 주요 고객인 젊은 여성보다 나이든 주부들이 훨씬 많다. 날이 더우니 냉면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특이하게도 ‘사과냉면’이다. 용문사 사찰음식체험관장 동원스님의 ‘시그니처’ 메뉴다. KBS 예능 ‘1박2일’에서 출연자들이 탄성을 지르며 먹었던 음식이다.

지옥에서 건져주는 음식

사찰음식이니 채소로만 만들고 일반 식당에서처럼  수육과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설탕 사과 생착즙이 ‘국물 베이스’다. 낙과하여 상품으로 내다팔 수 없는 사과를 짜낸 것이어서 가격이 저렴하다. 면(麵)은 끝부분을 손으로 문질러 낱낱이 풀어놓는다. 끓는 물에 면을 삶은 뒤 전분기가 빠지도록 찬물에 3번쯤 씻는다. 그릇에 면을 넣고 사과즙 양념을 부어주고 간을 좀 맵게 해서 조물조물 무친 오이양념과 아보카도 조각을 고명으로 얹으면 끝. 옥수수전도 반찬으로 준비됐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스님이 맛보라며 내주었다. 특별히 비싼 재료가 없고 화학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았다. ‘새콤’ ‘달콤’ ‘매콤’ ‘짭짤’이라는 미각의 4대 의태어들이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정확히 형용할 수 없는데 그 깊음만은 분명했다.

동원스님은 동국대와 봉은사, 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체험관 등에서 강의하며 사찰음식으로 부처님 법을 전한다. 25년쯤 절집에서 음식을 했고 청안스님을 모신 바 있어 용문사에서 일하게 됐다. 조계종이 지정하는 ‘사찰음식 1급 명인’의 솜씨를 체험했다. 마늘이 항암에 뛰어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고지혈증에 걸릴 수 있다거나, 시판하는 간장에는 착색제와 보존제를 쓴다거나, ‘저염식 된장 저염식 고추장’하지만 저염으로는 애당초 숙성이 불가능하다거나 등 음식에 관련된 상식도 제법 주워들었다. 회원 10명을 끌고 온 구미민정생활차회 배미숙 회장도 오이지를 더 맛있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며 뿌듯해했다. “사찰음식에 매혹돼 개종을 한 사람도 있다”는 건 동원스님의 보람이다.

사과냉면, 우엉밥, 참외깍두기, 감자뭉성이, 호박만두, 깻잎구이, 겨자아채버무리…. 용문사 사찰음식 템플스테이에서 만들었거나 만들어갈 메뉴들이다. 이름마저 신선하다. 절에서 직접 재배한 식재료들에 절에서 직접 담근 장을 섞어 밥을 짓고 찬을 낸다. 식사든 끼니든 아니면 절에서 말하는 공양이든, 어쩌면 한 끼를 때우는 단순한 일이다. 그래도 고기를 쓰지 않고도 국물을 내고, 생명을 해치지 않고도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은 늘 경이롭고 거룩하다. 착한 음식을 먹어야 착한 사람이 되는 법. 용문사의 지장보살은 오늘도 부지런히 지옥 중생을 구제하고 있다. 그를 호위하는 명부전(冥府殿) 호법신장이 당장이라도 한 대 때릴 것 같다. 밥을 잘 먹어서인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긴 한데, 잡아먹지는 말라’는 으름장으로 느껴졌다.  포만감은 아주 유용한 감정이다.

■ 용문사 템플스테이

‘조용한 산사에서 사찰음식 만들기(1박2일 체험형)’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당일 저녁공양 다음날 점심공양 손수 해먹기.

 

찾아가는 길

서울 → 영동고속도로 여주IC → 중부내륙고속도로 → 점촌함창IC → 예천(서울에서 예천 용문사까지 3시간 소요, 208km)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 예천(고속버스 2시간30분)

 

문의: (054)655-1010
예약: 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