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 명상 따라 별빛 따라…도심 속 낭만 가득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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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약수사, ‘별을 담은 우주캠핑’ 템플스테이 현장
1박 2일 선명상과 별빛감상
지친 청년들에게 건네는 쉼표
서울 전경 내려다보며 선명상
잠시 멈춤이 이끄는 변화 확인
바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잠시 멈춤의 여유일지 모른다. 일상에 쫓겨 숨 돌릴 틈조차 없는 이들에게 잠깐 멈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치유의 순간이다. 서울 관악산 자락 신림동에 자리한 약수사는 도심 속에서 쉼과 낭만을 제공하며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분주한 서울 도심을 지나 관악산 자락을 따라 3분 남짓 걸어 오르면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고 고즈넉한 사찰이 모습을 드러낸다. ‘약이 되는 물’이라는 이름을 지닌 약수사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기에 적합한 쉼표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템플스테이 명소로 주목받으며 매회 정원이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 도심 속 작은 사찰이 어떻게 청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는 걸까?
현재 약수사는 템플스테이 예비 운영사찰로 지정되어 10개월간의 평가를 마치고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정식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방갈로 형태의 숙소 6개를 완공하며 최대 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젊은 참가자들이 약수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도심과 가까운 접근성이다. 하지만 약수사가 주는 매력은 단순히 지리적 이점에 그치지 않는다. 주지 탄정 스님은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찾아온다”며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퇴근 후 잠시 들려 쌓였던 괴로움의 짐을 내려놓고 가는 이들도 있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약수사는 짧지만 강렬한 재충전을 선사하는 공간인 셈이다.
약수사는 네 가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당일형 ‘나를 알아가는 소리명상’은 싱잉볼과 범종 소리에 집중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1박 2일로 진행되는 ‘운명은 저절로, 절로 만남’은 진정성 있는 만남을 꿈꾸는 참가자들을 위한 자리다. 최근 조계종복지재단의 ‘나는 절로’ 프로그램이 주목받으면서 1박 2일로 진행되는 ‘운명은 저절로, 절로 만남’은 진정성 있는 만남을 꿈꾸는 참가자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나는 절로’가 주목받으면서 약수사의 ‘절로 만남’ 또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걷기 명상과 간화선을 중심으로 한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눈을 감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별을 담은 우주캠핑’은 약수사의 대표 휴식형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월 23일 열린 ‘별을 담은 우주캠핑’은 템플스테이관 ‘우주선’에서 진행됐다. 따뜻한 조명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은 전통 사찰의 엄숙함 대신 카페에 온 듯한 편안함을 준다. 금성, 목성, 천왕성 등 행성의 이름을 딴 숙소는 각자의 테라스에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수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첫 일정은 웰컴티로 제공된 따뜻한 페퍼민트 차 한 잔으로 시작됐다. 사찰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참가자들에게 편안함과 환영의 마음을 전하려는 세심한 배려다. 참가자들은 짧은 홍보 영상을 시청하며 사찰 예절을 익히고 길잡이가 된 강아지 해탈이를 따라 산책에 나섰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와 숲의 짙은 향기가 어우러진 서울둘레길을 따라 10분 남짓 오르자 너럭바위가 드넓게 펼쳐졌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전경은 마음에 쌓인 무거운 짐을 가볍게 날려주는 듯했다.
“자연의 소리를 느끼고 숨을 깊게 들이쉬며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 보세요.” 지도법사 정안 스님의 안내에 따라 참가자들은 매트를 깔고 앉아 각자의 내면으로 천천히 침잠했다.
명상 후 이어진 저녁 공양 시간. 된장찌개와 시금치나물, 콩잎, 두부조림 등 담백하고 깊은 맛이 담긴 사찰음식이 준비됐다. 참가자 채예슬(32, 부천) 씨는 “평소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주로 먹었는데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특별했다”며 “가장 기대했던 공양이 기대 이상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번 템플스테이의 가장 특별한 일정은 밤하늘의 별빛을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별빛 아래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누군가는 책을 펼쳐 읽고, 누군가는 조용히 사색에 잠기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평온함을 만끽했다. 사회학 전공의 대학생 김채원(21, 성북구) 씨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면서 “여기선 오롯이 나 자신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서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약수사의 고요한 밤은 젊은 세대에게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휴식을 선물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여정은 이튿날 스님과의 차담 시간으로 이어졌다. 부주지 보성 스님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은 계기가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들여다보는 연습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선명상은 바로 그 시작점이 되어준다”고 강조했다.
“스님께서 마음의 중심을 잡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직장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돌아가면 일상에서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 해요.” 어린이집 교사 이세라(30, 인천) 씨의 말처럼 약수사는 단순한 쉼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 삶의 변화를 이끄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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