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겨울이 오는 길목에 켜켜이 쌓이는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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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 템플스테이] 양산 통도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한국세계유산도시협의회 실무자들이 통도사 ‘무풍한송로’를 걷고 있다.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부처님의 몸이다. 통도사(通度寺)에는 진신사리가 있다. 통도사를 불보종찰(佛寶宗刹)이라 일컫는 까닭이기도 하다. 신라의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중국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유해를 구해와 서기 646년 여기에 묻고 절을 창건했다고 전한다. 두개골 조각과 손가락뼈였다. 대웅전과 마주한 금강계단(金剛戒壇)에 그 실체와 향기가 아로새겨졌다. 부처님이 실제로 계시므로 대웅전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았다. 대웅전에 앉으면 투명유리를 통해 금강계단을 내다볼 수 있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은 금강계단과 대웅전을 아울러서 이르는 말이다. ‘적멸이 머무는 보배로운 궁궐’이라는 뜻쯤 되겠는데, 부처님의 죽음을 ‘열반(涅槃)’ 또는 ‘적멸’이라 한다. 적멸은 해탈과도 동일시된다. 죽음이 곧 깨달음이라면 죽음과 깨달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더는 반응하지 않고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처님이 ‘실제로’ 계신 곳
1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통도사(주지 현덕스님)는 세계적인 사찰이다. 6개 고찰(古刹)들과 함께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국보 제290호 대웅전 및 금강계단을 비롯해 ’국가유산(문화재)‘이 즐비하다. 다수가 고려시대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된 유물들이다. 인도에 살던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법했던 산에서 그대로 이름을 따온 영축산에 자리했다. 수많은 스님들이 수행공동체를 이뤄 영축총림(靈鷲叢林)이다. 조계종 종정예하 중봉 성파대종사가 주석해 지도하는 도량이다. 최근엔 6·25 사변 당시 국군을 치료하던 야전병원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외침과 억불의 세월 속에서 전통사찰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했던 전소(全燒)나 멸실(滅失)의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사리와 가사를 자장율사에게 건네며 “이것들을 묻는 땅은 삼재(三災)를 면하리라”던 문수보살의 예언이 적중한 셈이다.
한국세계유산도시협의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내 31개 시·군·구 단체장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회의가 통도사에서 곧잘 열린다. 동짓달 초입에 소속 공무원들이 템플스테이 형식으로 통도사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11월21일 오후 설법전 아래 템플스테이관(館)에 모였다. 비교적 간단한 동작의 요가로 몸을 푼 다음 ‘싱잉(Singing) 볼(Bowl)’ 명상을 체험했다. 불 끄고 누워서 크고 둥그런 놋사발이 우려내는 노랫소리에 집중했다. 색다른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산내암자인 취운암까지 걸어올라 저녁공양을 맛봤다. 알루미늄 식판에 담아서 먹는데 반찬이 아주 맛있다. 해가 짧아져 금방 어두워졌다. 오후 6시인데 벌써 밤이 되었고 적요한 야음 속에서 스님들이 법고 치는 것을 구경했다. 밤공기에 찬바람이 스며들어와 쌀쌀했다. 겨울은 이미 사정거리 안쪽이다.
적멸보궁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각자 불 밝힌 연등을 들고 대웅전 뒤쪽에들 섰다. 금강계단은 평소에는 잠가두지만, 이들을 위해 자물쇠를 풀었다. 일렬로 서서 시계방향으로 세 번 탑돌이를 했다. 계단(戒壇)은 본디 스님들이 스님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는 수계(受戒) 의식이 엄수되는 공간이다. 화강암으로 조성한 2중의 정사각형 둘레 안에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탑이 정중앙에 봉긋하게 솟았다. 부처님이 증명하고 계시니 그 의식은 신성성과 정통성을 갖는다. 곳곳에 세워둔 조명 덕분에 정취가 훌륭했다. 다 돌고 나서는 가로로 주욱 늘어앉아 눈을 감았다.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고 스트레스를 녹이고 소원도 빌었다. 방으로 돌아와 향(香)을 직접 만들어보았다. 갈수록 ‘빼빼로’ 모양이 되어가는 것을 다들 재미있어했다. 기나긴 밤에 유유히 흐르는 불교를 기념품 삼아 챙겼다.
소나무의 ‘무서운’ 생명력
절길이라면 아름답지 않은 길이 없다. 통도사는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가 뛰어나다. 산문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1.2km의 보행로다. 아름드리 노송들이 춤추듯 구불거리는 형국이다. 사시사철 푸름으로 절개와 지조의 빛을 뿜어낸다. 소나무의 진정성은 ‘굴절’에 있는데, 일반적인 침엽상록수가 곧게 일자로 높게 뻗는 데 반해 소나무는 중심 줄기부터 휘어져서 난발한다. 저마다 굽어지는 모양이 다르며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척박한 환경일수록 이 굴절은 더욱 강렬하고 힘이 드세다. 십장생 가운데 하나로 장수(長壽)까지 한다. 자연의 파고를 이겨내는 생명력과 역동성은 나무만큼이나 살아내기가 힘든 인간들에게 감동을 준다. 껍질은 적갈색이며 나이를 먹을수록 표면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다. 이 묵직한 균열도 신령하여 애국가 2절에 인용됐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원래 양면적이어서 이 가공할 활력은 폭력이 되기도 한다. ‘갈로탄닌’이라는 천연 제초제를 분비하는 탓에 소나무숲에서 함께 자랄 수 있는 식물은 거의 없다. 심지어 동족에 대해서도 냉정하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는 양수(陽樹)여서 햇볕까지 독차지하니, 소나무 묘목조차 곁에서 제대로 생장하지 못한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무풍한송로를 즐겁게 감상하며 걸었다. 다만 추워서 모두가 웅크린 모양새다. 겨울은 적멸의 계절이고 차가워진 길바닥에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소나무들만 살아남아 으스대는데, 불굴의 기상이 옳은 것인지 물러남의 순리가 옳은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그러면 분간하지 않으면 되는데, 누군가는 죽어줘야 또 누군가가 산다. 균형은 붕괴의 꽃.
쉼 그리고 비움(1박2일)
: 오후 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싱잉볼 명상, 사물(四物) 체험, 단주 및 향 만들기 등.
찾아가는 길
[주소]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
: 경부고속버스 통도사 IC 이용
: KTX 울산(통도사)역 도착→13번 시내버스→통도사 신평터미널 하차→도보(1시간)/택시 이용(5분)
문의:(055)384-7085
예약: www.templest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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