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 [지상백고좌] 육지장사 회주 지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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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되 집착 말고, 미워해도 오래 담지마라”
<신심명>에서 이르기를
‘미움과 사랑 양변을 버린다면
道는 환하게 명백히 드러난다’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들을
내려놓으면 행복 이른다는 뜻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라서
그 마음이 영원한 것은 아닙니다
지원 스님은… 설악산 백담사에서 성준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64년 범어사 석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 1970년 통도사 월하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 수지했다. 조계종 포교원장과 호계원장을 지냈으며, 제9·14·15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1983년 은평구에 삼보사를 창건하여 도심포교의 모범을 이뤘으며, 2006년 경기도 양주에 육지장사를 창건, 수행 기도도량으로 일궜다. 198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조시인으로 등단했다. 저서로 시집 〈장명등〉, 서간문집 〈마음이 열리면 천당도 보이지요〉 〈지원 스님의 100세 건강법〉 등 다수가 있다.
도리산으로 가는 길은 화려하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가을이 빚어내는 빛깔이 달랐다. 육지장사는 남한 제일의 지장보살 도량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웅전 앞에 서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마음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인터뷰는 지원 스님이 주석하신 도리산 육지장사에서 진행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을 여쭈었다. 가을빛이 좋아 ‘아제아제 바라아제 순례길’을 걸으면서 명상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하셨다.
육지장사는 지장보살의 정신을 살려 창건한 사찰이다. 스님은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었기에 육지장사를 건립하면서 ‘만일지장기도’를 결사했다. 만일이면 30년이 걸린다. 이제 27년이 지났고, 2년 10개월 후엔 회향하게 된다.
〈지장경〉은 불교의 연기법인 인과응보를 아주 쉽게 설명을 해놓은 경전이기 때문에 초심자들이 읽기에 좋은 경전이라고 소개한다. 〈천수경〉도 정말 좋은 경이니 날마다 독송하기를 권했다.
“불교의 믿음의 과정은 ‘신해행증(信解行證)’입니다. 첫째는 믿음이고, 둘째는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경전을 이해하는 것이고, 셋째는 행하는 것 즉 실천하는 것이고, 넷째는 증득하는 것입니다. 〈천수경〉에는 몸으로 짓는 행위, 입으로 짓는 행위, 생각으로 짓는 행위 등 삼업(三業)을 좋은 행동으로 바꿀 수 있는 가르침이 담겨 있어요. 수행은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쳐가는 것입니다.”
지원 스님은 설악산 백담사에서 성준 스님을 은사로 출가, 1964년 범어사 석암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 1970년 통도사 월하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은사스님께 어떤 가르침을 받았고, 그 가르침이 수행에 버팀목이 되었는지를 물었다. 이에 지원 스님은 백장청규의 가르침을 소개했다.
“은사스님은 중국의 백장 선사께서 말씀하신 ‘일일부작(一日不作)이면 일일불식(一日不食)’ 즉,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는 가르침을 항시 강조했습니다. 넉넉지 않은 절 살림을 꾸리다 보니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땐 그것이 수행이었지요. 지금도 도량 청소하고, 수리할 곳이 있으면 수리하면서 살아요.”
지원 스님은 백담사 무문관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안거를 수선했다. 무문관 수행을 하신 이유가 궁금했다.
“공직 봉사를 마무리하고 인생 총정리를 하기 위해 백담사 무문관 수행을 했어요. 그때가 세납 74세이었는데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문관은 독방생활을 하여야 하고, 외부와 연락할 수 있는 핸드폰도 가져갈 수 없어요. 사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님은 무문관에 입방할 때 48공안을 추려서 엮은 〈무문관〉을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매일 공안 하나를 참구했다.
“무문관에서 수행할 때 하루에 공안 하나씩을 사유했어요. 〈무문관〉의 제1칙 조주구자(趙州狗子)부터 48칙 건봉일로(乾峰一路)까지 보았어요. 조주 선사에게 한 스님이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습니까’하고 물었는데 조주 스님이 ‘무(無)’라고 답했어요. 이것이 제1칙 조주구자(趙州狗子)인데, ‘무(無)’란 분별심이 없는 본래 청정성을 지니고 있는 무심(無心)입니다.”
지원 스님은 “〈무문관〉의 공안을 다 사유하고 난 후 하나하나의 공안들이 구슬처럼 단주에 꿰면 하나로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안거 후 공부한 것을 3년 동안 다듬어서 〈무무관 강설집〉으로 엮었다. 스님은 ‘백고좌’를 생각하고 선덕 스님들을 차례로 모시고 〈무문관 강설〉 법회를 열어나갔다. 그때 200명이 넘는 불자들이 모여들었는데, 코로나19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무문관 수행은 마무리 작업이었고, 수행 결실이 잘 맺어져 가는지를 점검하는 회향의 시간이었다”라는 스님의 말씀에 출가자는 부처님의 제자로써 자기검열에 엄격해야 함을 알게 됐다.
육지장사에는 다실을 겸한 ‘선다일미(禪茶一味) 갤러리’가 있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차를 마실 수 있다. 지원 스님은 차의 맛은 물론이거니와 차의 효능에 대한 공부를 비롯하여 차와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차에는 생차가 있고, 발효차가 있어요. 차를 발효하면 카페인 성분이 60%나 없어지고 테아닌(Theanine) 성분이 나와요. 테아닌은 뇌를 편안하게 해주어서 잠을 잘 자게 합니다. 그래서 명상과 차의 관계에서 차생활만 잘해도 명상의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명상을 하면 면역력이 좋아져요. 그래서 알파파와 세타파 파장이 나오는 거예요. 2019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논문의 큰 줄거리를 보니 산소 결핍에서 치매가 오고 암이 오고 각종 질병이 온다고 해요. 호흡명상을 하면 산소 결핍을 막아주니 건강에 좋지요. 이미 부처님께서는 최초로 수행의 방법으로 수식관을 말씀하셨고, 마음뿐만 아니라 몸 건강까지도 챙길 수 있도록 하셨어요.”
선다일미가 갖는 깊은 뜻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온 지원 스님은 포교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막연하게 ‘단전호흡이 좋다’ ‘명상이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왜 좋은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켜야만 MZ세대들이 불교를 케케묵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따라오지 않겠어요?”
실제 지원 스님은 포교 현장에서 일해 보니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어려워 세납 65세에 동국대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소통과 심리학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불교의 선문답이 최상의 상담법’임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주제로 하여 석사 논문을 썼다. 박사학위는 〈금강경〉 연구로 받았다. 차에 대해서는 월간지 〈차의 세계〉에서 연재하며 더욱 깊게 천착하게 됐다.
평소 궁금했던 것이 있어 지원 스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조주 스님은 도(道)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끽다거(喫茶去)’라고 답했는데 어떤 의미가 담겨있습니까?”
지난 6월 22일 양주 육지장사에서 열린 야외 미술관과 붓다정원, 선다일미 갤러리 착공식 테이프 커팅식 모습. 3만 3000㎡부지에 문화포교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내 에너지 원천 ‘선명상’… 마음도 운동해야 합니다”
선명상은 마음운동…정신능력 개발
습관이 되면 집중력, 창의성이 증가
“매일 명상수행 습관 들이길” 제안
이에 대해 스님은 “평상심”이라고 단박하게 말했다.
“마조 스님은 ‘도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평상심(平常心)이라고 답했어요. 평상심이란 분별심이 일어나지 않는 마음이며, 자유롭고 평화롭고 기쁨이 있는 행복한 세계입니다. 조주 스님의 ‘끽다거’는 평상심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지요. 도는 특별한 것이 아니니 다른 곳에서 찾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현대인들은 도라고 하면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고정관념으로 ‘평상심(平常心)을 도(道)’라고 하면 굳이 힘든 수행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반문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평상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평소 우리들의 마음 씀씀이를 보면 온갖 감정의 기복에 따라 마음이 끊임없이 변합니다. 보고 듣고 느끼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때로는 탐욕도 부리고 화도 내는 어리석은 마음이 작용하는데 이런 마음은 일상심입니다. 일상심에서 벗어나야만 평상심에 이를 수 있어요.”
지원 스님은 건강을 지키는 데에도 관심이 많다. 불자들에게도 불교식 건강법을 전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지원 스님의 100세 건강법〉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불가에서는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하여 명상과 단식을 하고, 몸을 따뜻하게 했어요. 육지장사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단식, 온구체험, 쑥뜸 등이 들어있어요. 단식은 제가 몇 년간 해 보니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기에 프로그램에도 넣었어요.”
스님은 1박 2일 단식을 권한다. 직장인이거나 처음으로 단식을 하는 사람들은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점심까지 단식하면 부담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스님은 “위와 장을 비우면 집착과 욕심까지도 비워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말을 이어갔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체온을 1도 올리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몸의 체온이 낮아지면 신진대사가 나빠지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니 각종 병을 일으키게 되겠지요. 따뜻한 차를 마시고, 몸을 따뜻하게 하면 마음도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지원 스님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가꿀 것을 강조했다. 특히, 날마다 꾸준히 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몸에 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호흡명상을 습관의 하나로 정해 놓고 날마다 3분씩 할 것을 제안했다.
“먼저 호흡명상으로 몸이 편안해져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구조가 자율신경 체계로 전부 다 이루어져 있어요. 기분이 좋고 나쁜 것도 전부 다 신경의 작용입니다. 명상은 자율신경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가져오죠. 호흡명상을 하면 우리의 면역력 체계가 강화되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몸 신경 자체가 편안해지니 뇌가 편안해지고, 이렇게 되면 잠도 잘 자고 항상 기분이 좋아요. 또 뇌에서 좋으니까 스트레스가 없고, 엔돌핀과 세로토닌이 펑펑 쏟아져서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
수박을 탁 깨서 빨간 것을 직접 맛보아야 맛있는 것을 알 수 있듯이, 명상의 참맛을 느끼려면 날마다 수행하는 것이 최고라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지원 스님은 현재 세계평화대탑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토목 공사도 90% 가량 마무리한 상황이다. 이 같은 불사를 발원하게 된 계기를 지원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세계인에게 자유와 평화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즉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본래 청정한 그 마음이 자유와 평화와 행복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인드라망처럼 서로 연결돼 있으며, 인드라망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고 있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세계평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계인들의 자유와 평화와 이 기쁨을 대탑이라는 상징물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즐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세계평화대탑에서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하여 깨달음의 세계를 맛볼 수 있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배울 것입니다.”
지원 스님은 현대인에게 맞는 걷기명상 프로그램 ‘아제아제 바라아제 순례길’을 만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진언으로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자유와 평화와 기쁨의 세계로’라는 뜻이 담겨 있어요.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육지장사는 도리산을 배경으로 기산 저수지와 마장 호수가 있어 걷기 수행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1코스는 ‘화목의 길’이라고 하여 그 안에 3개의 길이 있어요. 하나는 참회의 길로 회광반조하는 길입니다. 또 하나는 용서의 길이고, 셋째는 감사의 길입니다. 1코스에서는 치유의 방법을 제시하고 3분 멘트를 듣게 되어있어요. 제2코스는 지금 개발 중입니다. 기존의 템플스테이에서 하던 것인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일반화시킨 것입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순례길의 특징은 배너에다 QR코드만 찍으면 3분 멘트가 나오는데 우리말이 먼저 나온 후 일본어·영어·중국어가 나오게 되어있다. 용서의 길, 참회의 길, 감사의 길을 만든 것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마음에 불행한 것을 담고 사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걷기명상으로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를 바라는 스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조계종 포교원장을 역임했던 만큼 지원 스님은 반려동물 템플스테이, 아제아제 바라아제 순례길, 아바타 포교 등 다양한 포교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역동적인 에너지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궁금했다.
“저의 에너지는 ‘선명상’에서 나옵니다. 명상은 마음운동인데, 마음운동을 하면 신체적 힘과 더불어 무한한 정신능력이 개발됩니다. 명상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면 통찰력이 예리해져서 남다른 집중력과 창의성이 몇 배로 증가됩니다. 그 결과 열정과 신념, 굳은 의지가 생겨 두려움이 없어져요.”
지원 스님은 우리의 몸은 어떤 물리적 법칙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내 마음이 조정하는 대로만 움직인다는 것을 명심할 것을 당부했다.
인터뷰 말미, 연말연시 〈현대불교신문〉 독자들에게 마음에 새길 가르침을 청했다. 스님은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신심명〉에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간택함을 꺼릴 뿐이다.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버린다면 도(道)는 환하게 명백히 드러난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사랑하고 미워하는 두 가지 감정을 마음에서 내려놓으면 지극한 진리, 즉 행복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마음의 속성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기에 한 번 좋다고 해서 그 마음이 영원히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좋아하되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워하더라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스님은 갑자기 “지금 이 세상에서 존귀하고 거룩하고 위대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머뭇거리자 스님께서 답하셨다.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자체가 가장 위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위대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잖아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합니다.”
호흡명상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으며, 마음도 강건해져 세상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다는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오니 앞산의 단풍은 더욱 붉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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