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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새벽녘 목탁 소리에 해묵은 ‘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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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2,205회 작성일 23-11-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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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 백양사 템플스테이

사찰 머물며 명상·차담 등 수행 
체험·휴식형 등 프로그램 다양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체험도 



전남 장성 백양사가 엄마 품 같은 백암산 자락에 안겨 푸른 하늘 아래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과 함께 가을을 보내고 있다. 
▲ 전남 장성 백양사가 엄마 품 같은 백암산 자락에 안겨 푸른 하늘 아래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과 함께 가을을 보내고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어둠이 깊은 산중에 웅장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닭도 울기 전인 한밤중에 깬 사람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밤하늘의 별처럼 대웅전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맑고 청아한 목탁 소리가 영하로 떨어져 얼어붙은 공기 중에 스며들었고 ‘반야심경’을 읊는 스님의 목소리가 고즈넉한 산사의 깊은 잠을 깨웠다. 지난 11일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사의 새벽 풍경이다.

백양사 템플스테이 새벽예불. 
▲ 백양사 템플스테이 새벽예불.

백두대간이 남으로 치달려와 장성 지역으로 뻗어 내려온 노령산맥의 백암산 자락에 백양사가 있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년)에 여환 조사가 창건한 고찰로 호남 불교의 요람이다. 소문난 단풍 명소라 가을이면 많은 이가 계절에 물들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한껏 깊어진 가을을 맞아 10~11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진행한 템플스테이 프레스투어가 백양사에서 진행됐다.

백양사 템플스테이에는 체험형, 휴식형과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수행 프로그램이 있다. 휴식형은 자유롭게 쉬며 사찰에서 머물다 가는 것이다. 체험형에서는 사찰 안내와 명상, 스님과의 차담 등을 경험한다. 사찰음식 수행 프로그램은 넷플릭스 ‘셰프의 테이블’로 유명해진 정관 스님이 직접 대접하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 사찰음식 명장 정관 스님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이 만든 ‘표고버섯조청조림’. 
▲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 스님이 만든 ‘표고버섯조청조림’.

첫날 오후 정관 스님을 만났다. 전 세계에 사찰음식을 소개하는 사찰음식 대가인 그는 “음식은 다 배려하는 마음이고 자비하는 마음”이라며 대표 메뉴인 ‘표고버섯조청조림’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음식을 정성껏 만들었다. “하루 종일 햇빛을 받고 별빛, 달빛과 함께하며 자연에 순응해 알아서 한 맛을 일으킨다”고 소개한 된장과 간장을 활용한 명품 음식에 곳곳에서 “맛있다”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둘째 날 새벽잠을 깨운 예불이 끝나고 이동한 명상실에서는 지인 스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가부좌를 튼 뒤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려놓고 명상에 잠긴 참가자들에게 지인 스님은 “지나친 해석과 분별을 멈추고 오롯이 존재하라”고 조언했다. 참가자들은 눈을 감고 차분히 호흡하며 저마다 가슴팍에 품은 번뇌를 씻어 냈다. 가만히 누워 크리스털 싱잉볼 소리를 들을 땐 보리수나무 아래서 새벽 별을 보고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은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삶에 의연해지고 모든 고통과 집착이 사라지는 자유가 잠시 찾아온 듯했다.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이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인생에 필요한 지혜를 전하고 있다. 
▲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이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인생에 필요한 지혜를 전하고 있다.

체험형 템플스테이의 마지막은 스님과의 차담이다. 그윽한 차향을 마주하며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에게 인생의 진리에 대해 듣던 중 누군가 미워하는 마음에 대한 고민을 꺼내자 무공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사실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니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내 고통을 버리기 위해서라도 남을 미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서로 다를 뿐인데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고 단정하면 시비가 발생하지요. 항상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글·사진 장성 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