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종 산나물‧약초 지천··· ‘공양 맛집’ 입소문
고즈넉한 사찰을 둘러싼 낙엽송이 울창하다. 높은 산꼭대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너른 분지 곳곳엔 오랜 세월 스님들의 손길이 닿아 잘 정돈된 정원 못지않다.
대한불교조계종 ‘망경산사(강원도 영월군 망경대산길 135-6)’는 해발 800m 망경대산 고지에 자리 잡은 작은 사찰로 지난해부터 템플스테이(Temple Stay)를 운영 중이다. 사찰에 머물며 불교문화와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건 지난 2002년으로 올해 20주년을 맞는다. 망경산사는 2021년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늦깎이지만 수려한 자연 경관과 맛깔스런 공양(供養, 절에서 음식을 먹는 일)으로 입소문이 나 작은 규모에도 첫해에만 8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망경산사의 공양이 입소문 난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800m 고지대 사찰 주변에서 나는 산나물과 약초는 무려 200여 종. 전국에서 채취되는 산나물을 종류별로 총망라한 ‘산나물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스님들이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제철 산나물이 상에 오르고 겨울엔 말리거나 냉동해둔 묵나물을 내는데 이 나물 반찬에 반해 철마다 찾는 이도 많다는 게 주지 하원 스님의 귀띔이다.
스님들이 직접 재배하고 채취한 다양한 제철 산나물을 맛볼 수 있는 공양은 망경산사의 자랑이다.
스님들은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면서 평소 ‘가장 잘 하는 것’을 주 무기로 내세웠다. 하원 스님은 “망경산사는 참선과 농사를 수행으로 삼는 공동체”라며 “산나물과 야생화를 키우는 건 우리가 제일 잘 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전략은 유효했다. 청정지역에서 자란 좋은 식재료에 스님들의 손맛이 더해진 나물 반찬은 철마다 종류를 달리하며 푸짐하게 제공돼 사찰을 찾는 이들의 입맛을 돋운다.
기자가 찾아간 봄날 상차림 역시 명불허전. 도시에선 여간해서 맛보기 힘든 민들레 겉절이며 눈개승마 무침, 삼잎국화 나물, 전호 나물 등 싱그러운 초록에 눈이 먼저 즐겁다. 여기에 새콤달콤한 매실장아찌와 산초기름에 구워낸 두부, 연잎 가루를 넣어 지은 밥과 곤드레 된장국까지 고기 한 점 없어도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종교색 뺀 템플스테이··· 수려한 자연 속 ‘진짜 힐링’
망경산사 템플스테이의 중요한 특징은 종교색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것에 있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종교를 믿는 이라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게 하는데 무게중심을 뒀다. 하원 스님은 “망경산사는 부처님을 모신 곳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라며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연 속에서 진정한 힐링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우리 템플스테이의 목표”라고 했다.
망경산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주말에만 운영되며 크게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나뉜다. 이름처럼 휴식형은 공통 프로그램 외에는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꾸렸고 체험형은 여기에 명상과 108배 체험이 추가된다. 명상과 108배 역시 종교적인 색채는 빼고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하고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사찰 주변 산책로에는 중간 중간 쉬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호젓한 경관을 즐기기 좋게 했다.
공통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사찰 투어’다. 사찰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스님의 안내에 따라 망경산사 주변을 돌며 꽃과 나무, 산나물과 약초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괭이눈, 노루귀, 처녀치마 등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를 비롯해 산마늘, 눈개승마 등 산나물까지 철따라 피어나는 초목과 나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탁 트인 경관 따라 이어진 산책로 곳곳에는 쉬어갈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근사한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좋다 헛개나무와 밤나무 아래 놓인 벤치며 누워서 파란 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잔디밭 등이 대표적이다. 코끼리 옆얼굴을 빼닮은 망경대산 능선을 찾아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마음결 다독이는 명상, ‘스님과의 차담’도 인기
저녁 공양 후 어이지는 ‘스님과의 차담’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프로그램이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스님과 참가자가 차를 나눠 마시며 서로의 삶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속내를 터놓고 보듬어 다독이는, 거칠어진 마음 밭을 곱게 가다듬어 힐링하는 시간이 된다.
대빗자루로 함께 마당을 쓸며 머문 자리를 정돈하는 것 또한 프로그램의 일부다.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가치를 전하는 건 물론이고 정겨운 대빗자루질 소리 자체가 마음에 평안을 줘 일이라기보다는 경건한 의식 같다. 오전 4시에 시작되는 새벽 예불이 있지만 꼭 참석해야하는 건 아니다. 단 오전 6시 30분 아침 공양은 필수다. 망경산사 주변에서 난 채소를 넣어 쑨 채소죽은 꼭 맛봐야할 별미라고.
하원 스님과의 차담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망경산사 템플스테이는 중학생부터 참가할 수 있고 가격은 1박 2일 기준 1인당 휴식형은 7만원, 체험형은 8만원이다. 2박 3일 프로그램(1인 15만원) 또는 주중 체험의 경우 사찰 사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니 문의 후 일정을 협의해야 한다.
숙소는 2~3개 방이 딸린 4개동이 마련돼 있는데 1인 1실을 원칙으로 하고 가족 단위로 참가할 경우 전체 참가 인원을 조정해 한 번에 받는 참가자는 10명 이내다. 수익을 내기 보다는 참가자들이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한 취지라 언제 찾아가도 호젓한 산사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숙소 한 편에는 ‘산나물 전시장’도 마련해놨다. 사찰 주변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야생화 표본을 비롯해 각종 식물을 소재 삼은 세밀화와 압화, 각종 씨앗과 꽃차 등을 볼 수 있다. 망경산사 템플스테이 참가 신청은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홈페이지(templestay.com)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33)374-8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