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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 미슐랭 스타셰프가 경험한 한국불교 “놀랍고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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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2,609회 작성일 23-04-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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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진관사서 사찰음식 명장 계호 스님과 민들레 무침, 가죽전 등 배워
“작은 나라에 2000개 넘는 사찰 놀랍다…스님·불자들 꾸준한 노력 덕분”

분홍빛 진달래가 진관사 대웅전에 고개를 ‘빼꼼’ 내민 3월30일 오전, 고즈넉한 전각들 사이로 화기애애한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도마에 칼이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경쾌하게 더해지자 민들레를 무치는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계호 스님의 손도 한층 더 바빠진다. 식탁 위로는 푸릇푸릇한 봄나물이 소쿠리에 그득했고 고소한 들기름 향도 물씬 올라왔다.

그때 낯선 언어가 들려왔다. 통역사의 말에 따르면 “스님! 이 레시피는 꼭 알아 가야겠습니다”라는 의미라고. 프랑스어로 다급히 말을 건네는 이는 다름 아닌 에릭 브리파(Eric Briffard) 셰프다. 

3월26일부터 6박7일 일정으로 방한한 에릭 프리파 셰프가 장성 백양사 천진암 정관 스님에 이어 서울 진관사 계호 스님을 찾았다. 그는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eu)의 파리본교 학과장. ‘미슐랭 가이드’ 스타 셰프이자, 프랑스 최고 장인에게 주는 ‘메이유르 우브리에 드 프랑스’ 수상자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분명했다. ‘사찰 음식과 스님들 요리 철학을 배워 가겠다.’

브리파 셰프는 이날 오전10시 진관사에 도착해 선우 스님의 안내로 대웅전에 삼배한 뒤 곧바로 계호 스님과 함께 사찰 음식을 만들었다. 뻔한 한식이 아닌 상상력과 즉흥적 감각을 더한 ‘계호 스님 표 손맛'에 셰프는 시연 과정 내내 흥미로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그는 계호 스님이 가죽나물을 듬성듬성 썬 뒤 ‘뚝딱’ 만들어 낸 전을 맛보곤 비법을 알려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계호 스님은 두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이건 레시피가 없는데” 하고 난감해 하자 주변 모두가 그 모습이 재밌어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계호 스님은 “제철에 난 채소를 냉장 보관하지 않은 청정한 상태에서 삶고 데쳐서 부드럽게 만들고,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뜻에 맞추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법을 전수했다. 

계호 스님은 또 브리파 셰프만을 위한 ‘포증’을 건네기도 했다. 포증은 두부로 만든 찜. 갓 만든 두부에 곱게 채 썬 석이버섯, 잣, 검은깨를 올려 완성한 음식이다. ‘영접도감의궤’에 따르면 1463년 당시 진관사 주지던 성명 스님이 조선시대 사신들을 접대할 때 만들었다. 계호 스님은 특별히 미나리로 ‘보누르(Bonheur)’를 입혀 지구 반대편에서 온 셰프에게 건넸다. ‘보누르’는 프랑스어로 행운·복(福)이란 의미. 포증과 함께 직접 차고 있던 율무108염주도 함께 전했다. 그러자 셰프는 두 손을 모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후 일정에선 브리파 셰프가 계호 스님이 만든 봄나물 사찰음식을 활용해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였다. 이를 ‘셰프 간 콜라보레이션’이라 소개한 김유신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사찰음식팀장은 “셰프끼리 서로 시그니처(Signature) 음식을 보여주고 서로 재현하는 것은 존경과 경의의 의미를 담은 오마주(Hommage)”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브리파 셰프는 ‘한국불교를 경험한 소감’에 대해 묻자 “놀라웠고 따뜻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 작은 나라에 2000개가 넘는 사찰이 있고 이중 150곳 이상이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1700년 전 시작된 불교가 현재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스님들과 불자들의 꾸준한 노력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3~4일 동안 절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온 저를 진심으로 맞아줬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주친 눈빛만으로도 가치관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걱정 근심은 진관사에 두고 가라’는 스님들 말씀에 감동했다. 머물다 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