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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철들면 고생이지만… 이왕 철들 거면 '부처님'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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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555회 작성일 24-08-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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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템플스테이] 김제 금산사

온 힘을 다해 108배를 하며 또는 반야심경을 읽으며 바른 어른으로 자라도록 돕는 ‘금산사 어린이 여름 특별 템플스테이’  온 힘을 다해 108배를 하며 또는 반야심경을 읽으며 바른 어른으로 자라도록 돕는 ‘금산사 어린이 여름 특별 템플스테이’  

 

아이들은 힘이 넘친다. 한시도 자신들의 입과 손발을 가만두지 않는다. 타인의 이목에 둔감하며 표현에 부끄러움이 없다. 아이만으로도 벅찬데 ‘들’이라는 보조사가 붙으면 더 큰 활력으로 자라나 주변이 온통 소음과 난동으로 흥건하다. 절에 와서도 특유의 기운은 위축되지 않는다. 그래서 템플스테이를 하면 일정의 절반은 조용히 시키는 것이다. 이들이 ‘어림’을 만끽할수록 관리하는 어른들은 2배로 고생한다. 물론 얘네들도 결국 성인이 될 것이고 자아가 형성돼 각자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알아서 조용히 하게 될 것이고 진심을 드러내는 일은 약점을 노출하는 일임도 알게 될 것이다. 몸집이 커지면 번뇌도 커진다. 철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삶이 무거워진다는 뜻이다. 순치(馴致)는 성숙의 결과인지 체념의 결과인지 알 길이 없다. 작고 아기자기한 몸들에 내재했던 시끄러움과 부산스러움도 서서히 몰락한다. 

금산사(주지 화평스님)는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의 모악산 남서부 기슭에 자리했다.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창건되었다 하고 통일신라시대인 8세기 때 진표율사가 중창했다. 우리의 역사는 사실상 피침(被侵)의 역사였고 세월이 흘러 문화재가 될라치면 여지없이 파괴당했다. 정유재란을 일으켜 다시 쳐들어온 일본군이 호남을 약탈하며 금산사도 불태워 없앴다. 승장(僧將)이었던 처영(處英)대사가 병사들을 훈련하던 군진(軍陣)이어서 표적이 됐다. 조선 인조 13년(1635년)에 보수불사가 착수됐고 국보 제62호인 미륵전도 이때 복원됐다. 금산사의 상징과도 같은 전각이다. 까마득히 먼 미래에 구세주처럼 하늘에서 내려온다는 미륵불을 거대하게 모셨다. 후삼국시대의 사연도 극적이다. 정변을 일으킨 맏아들 견신검이 후백제를 개국한 아비 견훤을 금산사에 가두었다. 가까스로 탈출한 견훤은 숙적이었던 왕건에게 투항했다. 그리곤 자신의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전투의 선봉에 서서 자식에게 당한 치욕을 앙갚음했다. 복수인지 자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미래불을 위한 아낌없는 헌신   

 금산사 어린이 여름 특별 템플스테이가 초등학생들로 북적였다. ‘엄마 아빠, 나도 쉬고 싶다’는 제목으로 7월27일부터 20일까지, 8월2일부터 4일까지 2차에 걸쳐 열렸다. 9세부터 13세까지의 아이들이 참가했으며 두 번 모두 정원 40명을 각각 꽉꽉 채웠다. 금산사와 모악산을 구경하며 놀았다. 템플스테이 숙소 앞마당에 차려진 간이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도 신나게 즐겼다. 콘서트와 캠프파이어까지 일반적인 어린이 여름캠프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다 누렸다. 108배는 사찰의 여름캠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1배를 할 때마다 염주 알을 꿰며 끝내 108배를 완성했다. 특별한 설명이나 도움이 없었는데도 그저 법당 중앙의 스님을 열심히 따라 하며 끝까지 해냈다. 땀으로 범벅이 됐고 녹초가 됐지만 온몸을 짜내서 만든 108염주를 끝내 거머쥐었다. 좌충우돌과 천방지축이 아동기 심성의 본성이지만, 막상 정형화가 이뤄지면 얼마나 무서운 집중력과 끈기를 발휘할 수 있는지 실감했다. 제멋대로 떠들기만 한다고 탓하던 마음이 스스로 민망했다. 

금산사의 어린이 템플스테이는 올여름 더욱 확대됐다. 금산사는 조계종 제17교구의 본사(本寺)이고 6월에 대찰(大刹)의 주지로 취임한 화평스님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보유한 스님은 친화력이 매우 뛰어나다. 출가 전에 오락부장을 거쳐 학생회장까지 역임했다.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선도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불교박람회와 연등회 등에서 불교가 젊은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시대와 민심을 못 읽던 불교가 경전의 한글화와 선(禪)명상으로 대중에 가까워지면서 얻어낸 긍정적 변화”라는 게 스님의 진단이다. “포용성을 길러 세간과 출세간의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 수행(修行)”이라고도 했다. 깨달음은 단박에 깨닫는 돈오(頓悟)일지 몰라도 세상은 그리 쉽게 달라지지 않고 섣불리 내 편이 되어주지도 않는다. 압권은 “포교는 점수(漸修)다”라는 말이었다.  

코흘리개들을 불러모은 템플스테이 또한 선근(善根)을 심어주어 사람과 세상을 맑히기 위한 길고 긴 노력이다. 지도법사 여찬스님은 ’정은재 부처님‘ ’이현우 부처님‘이라 부르며 아이들의 자존감과 가능성을 북돋웠다. “스님은 왜 머리를 깎느냐?” “그렇게 옷을 껴입으면 덥지 않느냐?” 질문은 유치했지만 답변은 죽을 때까지 뇌리에 남을 것 같다. “덥지만 참는 게 인생이고 끝까지 참는 게 스님의 수행이다.” “삭발을 해야 거울을 보지 않는다. ‘예쁘다’ ‘못났다’ 분별하지 않을 수 있다.” 지도교사의 훈육도 인상적이었다. 영어 ‘라이벌(Rival)’의 어원은 ‘리버(River)‘이고 강(江)의 자원과 통행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던 서양의 옛일에서 유래했다. ’라이벌‘의 참뜻은 경쟁하되 증오하지는 않는 관계다. 맞수이지 원수가 아니다. 여름불교학교만 다녀오면 그래도 며칠은 의젓해지고 효도를 하니 부모들이 자꾸 보낸다. 

진정한 포교란… 견디는 것 

타고난 힘이 장사였던 데다 지략도 탁월했던 견훤은 포악하고 오만했다. 기록에 따라 다른데 <삼국사기>는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신라의 수도 경주를 급습해 경애왕을 죽이고 왕비를 겁탈하면서 악마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독심(毒心)이 탄력을 받으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모질었는데, 삶이 내리막길일 때도 그러했다. 왕건이 전범(戰犯)인 신검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자 울화병으로 등창을 앓았고 머지않아 죽었다. 용서와 통합을 지향했던 왕건이 불교를 숭상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견훤의 생애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제아무리 강인하고 똑똑하더라도 분노와 적의로는 말로가 뻔하다는 교훈도 일러준다.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패와 모멸에 익숙해지겠지만 폭군이나 역적만 안 되어도 다행이다. 다만 여름날 불교와의 짧은 기억이 장차 펼쳐질 험로에 희미한 호롱불이라도 되어주길 바랄 뿐. 분별하지 않는 중도(中道)를 배운 만큼, 피해자도 그리고 가해자도 되지 않았으면.  

■ 금산사 템플스테이

'나는 쉬고 싶다'(1박2일 체험형)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후 1시까지. 저녁예불 및 108 염주만들기, 스님과의 차담, 붓으로 소원지 쓰기 등. 

찾아가는 길 

김제역&김제버스터미널 → 금산사행 5번버스 탑승

호남고속도로 금산사IC 진출

금산사IC → 원평 → 금산사(약 5Km, 10분 소요)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IC 진출

서김제IC → 김제 → 원평 → 금산사(약 26Km, 50분 소요)

문의: (063)542-0048

예약: www.templestay.com


금산사=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