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쉽고 빠르게 배우는 ‘자비’와 ‘순수’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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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템플스테이]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채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찰음식이 채식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다. 고기를 쓰지 않는 자비의 음식이고, 천연 재료와 양념만을 쓰는 순수의 음식이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데다 마음도 맑힐 수 있어서 국민적 사랑을 받는다. 서울 종로 안국동사거리에 위치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관장 만당스님·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은 국내 최초의 사찰음식 복합문화공간이다. 2015년 문을 열어 사찰음식을 일반에 보급하고 그 가치를 널리 확산하는 일에 힘쓴다. 도심 한복판에서 1700년 동안 전해 내려온 우리나라 사찰음식의 풍미와 정신을 만날 수 있다. 사찰음식을 직접 요리해볼 수 있는 다양한 강좌와 전시 및 체험프로그램이 탄탄하다.
국내 최초 사찰음식 문화공간
체험관의 가장 큰 장점은 최고의 건강식인 사찰음식을 손수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강사 스님들의 강좌가 월별로 마련돼 있으며 1일 체험도 가능하다. 월요일만 휴관이며 주말에도 쉬지 않는다. 참가비도 매우 저렴하다. 한 가지 음식을 만들 때는 1만 원, 두 가지를 만들 때에는 2만 원. 한 달 내내 집중적으로 들으면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을 사찰음식 요리사가 될 수 있다. 주방이 널따랗고 요리도구가 완벽히 준비돼 있다. 양질의 식재료들도 무료로 제공된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스님들이 요리하는 장면을 한눈에 확인하며 공부할 수 있다. ‘사찰음식 첫걸음’, ‘간편사찰음식’, ‘사찰점심밥상’, ‘제철한상차림’, ‘스님손맛 반찬비법’, ‘사찰음식명상’ 등 배움의 기회들이 가득하다.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다. ‘K-Temple Food’는 그들을 위한 강의.
사찰음식은 ‘절밥’이다. 말 그대로 절에서 해먹는 음식이며 절에 사는 스님들의 진정성이 깃든 음식이다. 미각이나 식도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수행(修行)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어서 그 맛은 건강함을 넘어 숭고함에 가닿는다. 불살생(不殺生)의 계율을 지키려 채식하는 것이고, ‘오신채(五辛菜)’를 쓰지 않는 이유는 망상을 떠나기 위해서다. 식재료를 재배하고 장을 담그는 일에서부터 음식을 조리하는 일까지 요리의 모든 과정이 수행이다.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듯이 내내 경건하고 정갈하게 이뤄진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선의 음식이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만들고 싶어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체험관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정주부가 제일 많고 현직 요리사들도 비법을 배우려 문을 두드린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 만점이라는 게 체험관 부관장 성화스님의 설명이다.
내외국인 모두 ‘엄지 척’
11월28일 오후에는 여대생들이 체험관에 찾아와 앞치마를 둘렀다. 숙명여자대학교 불교동아리 ‘숙불회’ 회원들. 1주일에 두 번 법회를 열고 시간 나는 대로 템플스테이에도 가보는데 이번에는 사찰음식을 통해 불교를 알아보기로 했다. 실습메뉴는 ‘청국장찌개’와 ‘두부김치밥.’ 이날의 강사인 정효스님과 반갑게 인사하며 조리대에 섰다. ‘마라탕’과 ‘탕후루’에 누구보다 길든 입맛이다. 라면도 ‘순한맛’은 시들하고 ‘매운맛’만 불티나게 팔린다. 음식이든 영상이든 사건이든, 자극적인 것만 돈이 된다. 살아남으려면 세태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지만 “그래도 하루 한 끼 정도는 사찰음식으로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아보자”고 정효스님이 제안했다.
청국장찌개는 된장보다도 유산균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청국장을 청년들에게 먹여보기 위해 골랐다. 신김치를 들기름에 볶은 뒤에 감자와 호박을 또 차례로 넣고 볶는다. 감자가 어느 정도 익으면 된장을 넣고 볶다가 쌀뜨물을 아주 조금 넣고 다시 볶는다. 쌀뜨물이 팔팔 끓으면 청국장을 넣고 1분 정도만 짧게 끓인다. 마지막으로 두부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청양고추로 마무리. 두부김치밥은 돼지고기를 넣지 않은 김치볶음밥이겠다. 찹쌀현미를 전날 찬물에 담가 불린 후 밥을 짓는다. 두부는 물기를 짜서 팬에 덖는다. 김치는 살짝 짜서 들기름에 볶는다. 콩나물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식힌다. 그릇에 현미밥을 놓고 두부, 김치, 콩나물 순으로 올려 상에 낸다. 양념장도 같이 만들었다. 스님이 빠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요리를 뚝딱 완성했다. 향기에 취하고 기품에 놀랐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맛있다.
소식(蔬食)·소식(小食)·소식(笑食)…
체험관의 강사진은 오랜 세월 절에서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사찰음식 장인(匠人)이 된 스님들이다. ‘콩나물국 끓이는 법’ ‘두부 볶는 법’ 등등 몸으로 터득한 각종 요리 테크닉들이 입에서 술술 튀어나왔다. 마치 친언니처럼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다독여주는 비구니 스님 특유의 온정도 감동적이었다. 두부김치밥은 숙불회 이수연(앙트러프러너십 전공 3학년) 회장의 취향을 저격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각박한 인간관계에 지쳤는데 불교동아리 사람들의 따뜻한 인성에 늘 위로를 받는다.” “고기 없이도, 파와 마늘 없이도 이런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면서 “집에서도 해먹으며 배려와 화합의 가르침을 되새겨 봐야겠다”고 전했다.
사찰음식의 3대 정신은 소식(蔬食)·소식(小食)·소식(笑食)이다. 채소만 먹고, 적게 먹고, 웃으며 먹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 자신에 대한 절제, 공동체를 향한 예의가 동시에 녹아있다. 계란과 우유조차 먹지 않는 ‘비건(Vegan)’이 채식의 정점이다. 어쩌면 사찰음식은 비건보다도 우위에 서 있다. 건강식을 넘어 수행식이고, 사적인 장생(長生)이 아니라 거룩한 공생(共生)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종교적 신성성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몸은 가뿐해지고 마음은 날아오르는 깨달음의 밥이다. 물론 어려운 개념이나 이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일단 너무 맛있다. 굳이 사찰음식이 아니더라도 집밥의 권위자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수강 신청.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39 안국빌딩 신관 2층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홈페이지 예약: edu.koreatemplefood.com 회원 가입 후 수강신청
관련 문의: 전화 (02)733-4650 이메일 info@templest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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