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신문]영국 에밀 미네프 셰프, 한국 사찰 매력에 흠뻑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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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문화사업단 초청, 8월 31~9월 7일 방한
9월 2일 장성 백양사서 사찰음식·템플스테이 체험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의 런던 학과장(Culinary Arts Director Chef) 에밀 미네프(Emil Minev)가 9월 2일 조계종제18교구본사 백양사(주지 무공 스님)를 찾아 사찰음식을 체험하고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다.
전 미슐랭 3스타 라 탄트 클레어 앳 더 버클리호텔(La Tante Claire at The Berkeley Hotel)에서 근무하고 샹그릴라 호텔 앤 리조트(몰디브, 도쿄) 등 세계 각국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총주방장을 역임한 에밀 미네프 셰프는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한국의 전통불교문화인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2024년 르 꼬르동 블루 런던 셰프 에밀 미네프 사찰음식 팸투어 진행’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만당 스님)이 르 꼬르동 블루 최초의 채식전문과정 개설 런던 학과장인 에밀 미네프 셰프를 초청해 한국 사찰에서 직접 사찰음식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찰음식의 철학과 가치를 깊이 있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팸 투어에 참가한 일행은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과의 차담을 시작으로 일정을 진행했다. 에밀 미네프 셰프는 무공 스님과의 차담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한국에서 어떻게 스님이 될 수 있는가’란 질문을 시작으로 ‘한국불교와 일본불교의 차이점’ ‘백양사 이름의 유래’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또 내년 개교 130주년을 맞는 ‘르 꼬르동 블루’ 기념행사에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강의 및 체험하는 다양한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무공 스님은 다양한 질문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사찰에서 공양은 단순히 채식이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공덕을 생각하는 수행의 일종”이라며 “사찰문화 체험이 여러분들의 공부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내년 130주년 행사에 사찰음식이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그 행사로 생기는 수익에 대해서는 지구를 위해 후원했으면 한다”며 “특히 사찰음식의 정신과 맞물려있는 기후단체, 환경 단체 등에 후원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에밀 미네프 셰프도 “한국불교와 백양사 등에 대한 다양한 설명에 감사하고 특히 한국 스님들의 수행이 저 같은 셰프가 되는 것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며 존경을 표하고 “특히 백양사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또 “스님의 말씀처럼 유럽에는 많은 환경단체들이 있으니 다양한 아이디어로 결과를 내서 나오는 수익은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데 동의한다”며 “내년 개교 130주년 행사에 백양사의 스님들도 함께 와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차담에 이어 에일 미네프 셰프는 천진암에서 사찰음식 명장인 정관 스님을 만나 콜라보레이션해서 한국의 전통 사찰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였다.
에밀 미네프 셰프는 정관 스님에게 르 꼬르동 블루에서 제작한 칼과 앞치마 등을 선물했다. 또 바닐라 빈, 석류 즙, 말린 버섯, 극상품 후추 등 다양한 음식 재료를 정관 스님에게 선물하며 “이 물건들은 학교에서 준비한 것이 아니라 주변 농부들이 저에게 준 것들을 스님에게 주려고 직접 가져왔다”며 존경을 담아 전달했다.
에밀 미네프 셰프는 “정관 스님이 나오신 프로그램을 넷플리스에서 5번을 봤다. 상업적인 셰프의 영상도 많이 봤지만 스님의 영상은 상업적이지 않기에 세계적으로 수억 명의 시청자들이 보고 있고 나도 그렇다”고 설명하고 “저의 직업도 셰프라서 많은 영상에 출연했고 다른 셰프들의 영상도 많이 찾아봤지만 대부분 자신의 철학을 담은 음식 소개에 그친다. 정관 스님처럼 자연을 이야기하는 셰프는 없었다. 그래서 더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찰의 부엌을 궁금해하던 에밀 미네프 셰프는 정관 스님과 함께 천진암 주방을 방문했다. 정관 스님은 먼저 사찰의 부엌에 있는 조왕단에 대한 설명하고 한국의 가마솥과 외국의 화덕 등을 비교 설명하며 사찰의 부엌을 탐방했다.
부엌 탐방으로 예열을 마친 에밀 미네프 셰프와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 콜라보는 합장 반배로 시작했다. 에밀 미네프 셰프는 다양한 사찰음식 재료를 맛보고 음식을 함께 만들었다. 특히 8년 된 간장을 맛본 에밀 미네프 셰프의 입가엔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정관 스님은 사찰음식 하나 하나에 들어 있는 근원을 설명했다. 제일 먼저 만든 ‘표고조청조림’을 설명했다.
정관 스님은 “표고버섯을 키우기 위해서는 20년 넘게 키운 참나무를 잘라 말리고 3년 뒤에 구멍을 뚫어 버섯 균자를 넣으면 1년이 지나면 약 20%가 버섯이 나온다”며 “그 표고버섯을 말려 8년 된 절 간장과 들기름으로 졸이는 데 간장은 오래될수록 깊은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정관 스님은 한국의 간장(표고조청조림), 된장(드룹나물), 고추장(감말랭이 오이 무침) 소스의 베이스로 음식을 만들었고 에밀 미네프 셰프 직접 가져온 버섯에 한국의 버섯을 첨가한 버섯요리를 함께 만들었다.
에밀 미네프 셰프는 “이런 천혜의 환경에 초대받아 좋았고 정관 스님과 함께 요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특히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아주 간소하게 만든 요리가 우아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르 꼬르동 블루 런던에서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4년 전부터 함께 협력해 매년 2번씩 채식프로그램 일환으로 소개하는데 100명 이상의 학생을 배출했다. 굉장히 인기가 있고 계속 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밀 미네프 셰프는 한국사찰음식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에밀 셰프는 “제가 처음에 사찰음식을 접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한국에서 초청받은 김치마스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한국대사관 프라이빗디너에 초청받았는데 스님이 20개 코스로 사찰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그때 너무 놀란 것이 한국 음식하면 맵고, 김치, 바비큐 이런 생각만 했는데 마늘 등의 오신채도 안 쓰면서 이런 맛이 나온다는 것에 셰프로 일하면서 너무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후 사찰음식과 협업하기 시작했는데 100% 비건이고 마늘과 양파 등을 안 쓰고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학교에서 석사 과정도 있을 정도로 잘 되고 있다”며 “지난 5년간의 트렌드를 보면 가장 인기 많은 것이 비건이고 다음이 건강한 음식인데 사찰음식이야말로 이 두 가지를 모두 접목하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홍보하고 알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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