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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길잡이’ 선명상 템플스테이

숏폼·술·도박 등 심각한 중독사회
정신 고통에 ‘선명상’ 필요성 떠올라

명상 접목한 템플스테이 개발 활발해
선명상 활성화 바람…심신 치유 ‘탁월’
문화사업단, 특화사찰 시범운영 전개

대흥사에서 청년들이 스님의 지도 아래 명상을 하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현대사회는 그야말로 중독사회다. 술, 마약, 게임, 도박, SNS뿐 아니라 일, 운동, 공부, 여행에도 중독된다. 최근에는 ‘숏폼 중독’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분 안팎의 짧은 영상 콘텐츠인 숏폼(Short-Form)이 전 세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숏폼 중독’이 현대인들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실제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 등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 1~5위 가운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이 각각 1, 3, 5위를 차지했다. 모두 숏폼을 제공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하지만 숏폼 콘텐츠를 과도하게 시청하면 고강도 자극에 익숙해지고, 뇌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 ‘도파민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대체로 알코올, 도박, 마약, 스마트폰 등의 중독도 도파민 중독과 관련이 깊다.

도파민 중독은 수면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자기효능감 저하, ADHD 등 심리적 문제를 유발한다. 청소년기 아이들에겐 인지 능력 및 문해력 발달을 저해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각종 중독으로 물들면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국민이 늘고 있다.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선명상’이 새로운 치유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륜사 선명상.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선명상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생각 한 번하는 행위 가운데 순간순간 일어나는 감정을 방하착(放下着) 하는 것을 말한다. 누워서 하든 앉아서 하든 걸으면서 하든 정해진 방법은 없다. 그저 복잡한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온과 집중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정신적 안정을 되찾는데 선명상은 탁월하다. 중독은 대개 불안, 스트레스, 우울 등 정서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선명상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불안·긴장 해소에 도움을 준다.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감정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도 길러준다.

극한의 상황에서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체득되면 어떠한 어려움과 유혹에도 쉽게 빠지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 전반이 향상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선명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선명상과 접목한 템플스테이도 각광받고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 선명상을 체험하며 재충전하는 소중한 ‘중독 디톡스’ 시간. 여기에 보다 깊이 있는 명상으로 안내할 전문가 스님들의 지도는 덤이다. 
전국 사찰에서는 특색있는 ‘선명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개발·보급해 참여자들에게 맞춤형 치유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만당 스님)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는 ‘선명상’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50개 프로그램(7월 25일 기준)이 소개된다.

눈길을 끄는 건 서울 도심 사찰의 당일형 프로그램이다. 바쁜 현대인들을 고려해 일상 속 짬을 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인다. 

서울 길상사의 ‘도심 속 달빛 선명상’은 8월 6~29일 매주 화·목 저녁 7시부터 8시 반까지 진행한다. 이 시간에는 강사로 나선 아비섹(ABHISHEK KESHAV) 씨에게 요가를 배우며 힐링과 긍정 에너지를 얻는다. 아비섹 씨는 하타(HATA) 요가 수련 경력 30년의 인도 출신 요가 전문가다.

서울 국제선센터가 운영하는 ‘스님과의 차담&선명상’도 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 반까지 이어지는 짧은 일정이지만, 나를 되돌아보긴 충분하다. 스님과 따뜻한 차 한 잔을 함께하며 일상의 고요함도 찾아간다.

선명상 집중수행 과정도 준비돼 있다. 명상 시간과 강도를 늘려 내면의 깨달음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성남 대광사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 ‘정준영 교수와 함께하는 선명상 집중수행 과정 템플스테이’를 개최한다.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좌선과 행선을 반복하며 ‘참나’를 탐구한다.

용인 법륜사에서도 8월 2일부터 2박 3일 동안 집중 명상이 이어진다. 절명상, 걷기명상, 붓다볼 명상, 자비명상, MBSR 명상, 차명상 등 다양한 명상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오로지 ‘힐링’에 초점을 맞춘 템플스테이도 만나볼 수 있다. 강원 삼화사가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진행하는 ‘무릉계곡 템플스테이(2박 3일)’다. 한여름 백두대간 무릉계곡에서 펼치는 트레킹 명상과 동해 해돋이 명상은 우리 삶을 행복으로 이끈다. 전남 용흥사의 ‘행복으로 가는 선명상’에서도 생각을 줄이는 정화 명상을 통해 불편, 불안, 슬픔, 걱정, 근심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시간을 갖는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이 참여하는 선명상 프로그램도 주목된다. 서울 진관사는 여름 특별 템플스테이로, 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 용기백배’, 중·고등학생을 위한 ‘부처가 되, 준비갈 완료’를 각각 진행한다. 뜨거운 여름철 더위를 식힐 물놀이는 물론 발우공양, 스님과의 차담, 사찰 기본 예절 배우기 등을 통해 한국불교 전통문화를 체험한다. 

네 가족이 직지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제공.

이 외에도 서울 화계사 ‘일상생활 속의 마음챙김’, 대구 동화사의 ‘일심아(一心我) 선명상’, 청주 용화사의 ‘차와 함께하는 선명상’, 해남 대흥사의 ‘선선선’, 광주 무각사 ‘나의 진짜 보석을 찾는 여행’, 김천 직지사 ‘내 마음 깊이 살펴보기 선-명상’, 인천 연등국제선원 ‘마음의 문고리를 잡다’ 등 가지각색 프로그램이 대중을 기다리고 있다.

향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선명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개발·보급에 앞장서고, 적극 지원해 활성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화사찰 시범운영’ 사업이 바로 그 시작점이다. 

선명상 템플스테이 시범운영은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시행된다. 시범운영 사찰은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선명상’ 단어를 포함해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월 1회 이상 정기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활동사진, 참가자 후기, 만족도 조사 등의 결과도 취합해 보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사업단은 내년 초 시범운영 사찰의 프로그램 운영 횟수, 참가자 실적, 참가자 만족도, 교육 참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특화사찰’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사업단장 만당 스님은 “선명상 템플스테이 특화사찰 시범운영을 통해 참가자들이 깊이 있는 선명상을 배울 수 있도록 단계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화사업단은 선명상 템플스테이 대중화로 한국불교 문화를 널리 알리고, 국민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 여름, 아직까지 휴가 피서지를 정하지 못했다면 선명상 템플스테이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스트레스가 넘쳐나는 각박한 세상에서 선명상에 몰입하는 시간은 각자 마음에 평화를 체득하고 상생의 가르침을 배우는 배움의 장이 될 것이다.

김내영 기자  rlasodud09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