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지정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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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지혜식(食)’
사찰음식의 국가무형유산(구 무형문화재) 지정이 추진된다.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은 지난 1월29일 사찰음식이 포함된 ‘2024년도 국가무형유산 지정(인정)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8월에는 국가유산청 산하 무형유산원이 (재)불교문화재연구소에 ‘사찰음식의 국가지정 문화유산 타당성 심화조사’를 의뢰했다. 사찰음식의 역사와 현황을 총망라하는 조사보고서에는 사찰음식이 국가적으로 계승되고 육성되어야 할 필요성과 근거가 담기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문화재위원회의 심사 등 국가유산청의 검토를 거쳐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국가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온 대표적인 전통음식문화인 사찰음식의 가치가 국가 차원의 인정을 받게 되는 셈이다. 그래야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한국불교 1700년 역사 동안 한국불교는 우리 민족과 고락을 함께해왔다. 비단 종교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의식주 생활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전통한식문화로서의 위상이다. 사찰음식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현실에서 구현되는 생생한 일상이다. 김장은 물론이고 스님들이 직접 장을 담그고 채마밭을 일궈서 식재료를 장만한다. 산사의 공양간은 여전히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지어먹는’ 유일한 공간이다. 장 담그기, 저장음식, 발효음식 등 급격히 사라져가는 식문화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지속가능성을 높이 평가받는다.
한국의 전통음식문화
고스란히 계승해
일상에서 지금도 구현
또한 가장 신선하고 청정한 ‘웰빙 푸드’다. 성인병에 강하고 항암에 이로운 각종 저장 및 발효음식을 공장이 아니라 절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낸다. 기술력도 탁월하다. 절에 가면 조상들이 먹던 된장 고추장 김치 장아찌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제피가루, 들깨가루, 날콩가루 등 조미료까지 천연재료로 손수 제조한다. 사찰음식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각종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 재료로 영양의 균형을 유지한다. 콜레스테롤이 현저히 낮은 것도 자랑이다. 자연친화적인 제철 식재료와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발우공양은 환경오염을 줄여줄 대안으로 꾸준히 각광받아왔다.
윤리적 철학적 관점에서도 훌륭하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생명존중과 공동체정신이라는 미덕을 홀로 지키고 있다. 사찰음식은 모든 동물성 식품(유제품 제외)과 '오신채(五辛菜)'를 금한다. 부처님은 <열반경>에서 “육식은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사찰음식에 고기를 쓰지 않는 까닭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내 몸과 같이 여기는 불교의 자비관에서 비롯된다. 건강식이면서 수행식(修行食)이다. 오신채(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는 일견 몸에 좋은 채소들이지만 내재된 약리적 특성이 수행을 방해하므로 멀리하는 것이다. 곧 한국사찰음식의 진정성은 조화로움에 있다. 모든 존재가 서로 의지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세상이고, ‘나’를 절제하고 배려해 세상에 기여하자는 수행정신이 반영돼 있다.
전문화와 대중화에도 성공했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에는 사찰음식 명장 6인을 비롯해 30여 명의 장인 스님들이 활동하고 있다. 절에서 오랜 세월 수행하며 사찰음식 비법을 자연스럽게 전수받은 스님들이다. 전문조리사도 500여 명 배출했다. 이미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있는 궁중음식과도 어깨를 견준다. 사찰음식 역시 메뉴와 레시피뿐만 아니라 각 음식의 쓰임새가 궁중음식처럼 의례 및 공식행사와 연결되어 있다. 계절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명절식과 의례식이 전승된다.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와 채식 열풍을 타고 이미 국민들을 매료시킨 상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는 연간 3만 명이 다녀간다. 전국 15개 사찰음식 특화사찰도 활성화되어 있다.
건강성·윤리성·전문화·대중화·국제화…
모든 부문서 확고한 입지
외국인들이 더 감탄하는 음식이다. 세계 양대 요리학교에서 그 진가와 가능성을 칭찬하고 있다. ‘르 꼬르동 블루’에 사찰음식이 정규과목으로 올라가 있다. 지난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종단 중진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뉴욕 일대에서 열린 한·미 전통불교문화교류 행사에서도 사찰음식이 만찬으로 제공됐다. 뿐만 아니라 각국 대사 및 주요 인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찰음식은 유구한 역사성을 토대로 지속가능성·건강성·전문화·대중화·국제화 모든 부문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콘텐츠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지혜식”이라며 “역사성과 현재성을 동시에 성취한 사찰음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선양은 충분한 정당성을 갖는다”고 밝혔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지역별 현황 조사 △사찰음식 원로 스님 인터뷰 △고문헌 조사 등을 통해 사찰음식 관련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놓았다. 특히 국가무형유산 등록에 성공하면 이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계획하고 있다. 12월3일 한국의 ‘장 담그기’가 인류무형유산 등재되면서 상황은 더욱 고무적이다. ‘장 담그기’의 원류이자 가장 확실한 계승자가 바로 사찰음식이기 때문이다. 불교문화사업단 문화사업국장 밀엄스님은 “지속가능성과 ESG 경영 등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책임’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사찰음식은 신체의 건강을 증진하고 인격의 회복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전한 식문화인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종단과 불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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