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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가장 값비싼 땅에서 느낀 자족(自足)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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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4-12-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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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템플스테이] 서울 봉은사

서울 봉은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스스로 써내려간 사경(寫經) 작품을 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 봉은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들이 스스로 써내려간 사경(寫經) 작품을 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세계적이다. 2002년 시작 이래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OECD가 2009년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우수 문화상품'으로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문화체험 콘텐츠다전국 28곳의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 사찰이 그 인기를 이어간다언제든지 영어로 안내를 받으면서 편안하게 한국불교를 배우고 즐길 수 있다()의 상징인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봉은사(주지 원명스님)도 그 가운데 하나다대기업 사옥이 즐비한 삼성동 빌딩 숲이 훤히 보이며 코앞에는 아시아 최대의 종합전시장 COEX(코엑스)를 마주하고 있다한국에서 제일 번화하고 풍족한 지역이어서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들이 손꼽아 선호한다봉은사도 꼭 한 번은 들른다현재까지 14000여 명의 외국인이 봉은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강남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역사는 강남을 한참 앞지른다서기 794년에 창건됐으며 조선시대 중반 왕실의 보호 아래 최고의 위세를 누리던 절이다곧 가장 유구한 전통과 가장 강력한 현대가 만나는 지점이다.

화려한 현대가 감싼 불교

127일에도 외국인 전문 템플스테이가 열렸다미국 영국 독일 호주 말레이시아 등 국적이 다양하다추운 날씨에도 경내 구석구석을 돌며 진지하게 관찰했다명상과 다도(茶道)도 알찼다봉은사의 원래 이름은 견성사(見性寺)’였다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의 무덤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드넓은 토지도 하사받았다이를 계기로 은혜를 받든다는 의미로 봉은(奉恩)’이라 개명했다. ‘봉은사란 이름은 불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2014년 4월 지하철 9호선 929역의 명칭이 봉은사역으로 최종 결정됐다끈질긴 청원이 있었고 주민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인구가 제일 많고 그만큼 갈등도 제일 많은 도시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다그럼에도 서울 지하철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사찰명을 역명으로 정하는 결실을 거뒀다인근의 지하철 2호선 선릉역과 9호선 선정릉역(11대 임금 중종의 무덤인 정릉과 통합)에서도 얕게나마 한국사 공부를 할 수 있다.

봉은사의 전성기는 중종의 부인이었던 문정왕후(1501~1565)의 전성기와 일치한다. 2001년 드라마 여인천하에 명암이 뚜렷했던 그녀의 일생이 극화되어 있다왕의 아내들끼리 처절한 정쟁을 벌였고 최후의 승자가 된 문정왕후는 왕에 필적하는 권력을 누렸다늦둥이 외아들을 왕좌에 올린 뒤(13대 왕 명종섭정에 나섰다남의 자식이었던 12대 왕 인종을 독살했다는 의혹이 있다불교를 극진히 아꼈고 허응당 보우대사(1515~1565)와 교분이 두터웠다스님이 주석하던 봉은사는 선종(禪宗()사찰이 되어 불교계를 이끌었다스님들을 선발하는 과거제도인 승과(僧科)도 부활시킬 수 있었다엄혹한 억불의 국시(國是)를 뚫고 불교중흥을 꿈꿨는데 문정왕후가 죽자 모든 게 속절없이 무너졌다보우대사는 곧바로 탄핵됐고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참살당했다승과도 또 폐지됐다. ‘요망하다는 오명 속에 불교는 다시 감금됐다.

하룻밤의 수행 그리고 한국어

강남 때문에 떴지만 도리어 강남 때문에 힘들었던 절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봉은사는 나룻배 타고 한강을 건너야 닿을 수 있는 오지였다위상은 초라했던 반면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주변부터 말죽거리(양재역사거리)까지 10만 평에 달하는 논밭을 소유하고 있었다국가 차원에서 전개된 강남개발 정책과 얽혔고 잠재력은 매우 훌륭한 먹잇감이 되었다대부분이 요즘 시세로 치면 헐값으로 나라에 넘어가 아파트 대단지와 마천루의 부지로 기능했다. ‘강남구 전체가 봉은사 땅이었다는 말이 애오라지 빈말은 아니다지금의 찬란한 문명은 불교의 아픔과 손해를 짓밟고 서 있는 셈이다물론 세상만사 연기법이어서 강남구가 여전히 절땅이었다면 오늘의 국력이 있었을 리 만무하다세계적인 핫플의 중심에 있는 절이라는 명성도 불가능했다슬로바키아 태생의 영국인 렌카 도브란스카(Lenka Dobranska)는 한국에 3년간 거주하며 교사와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바쁜 일상 속 마음의 평화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느끼며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고 템플스테이 참가 소감을 밝혔다도시가 익숙한 이방인들은 강남을 사랑하고 봉은사도 사랑한다.

상월선원 템플스테이의 재방문율이 높다(해봉당 자승대종사가 주도한 상월결사의 출발이었던 상월선원이 모태다. 23일간 봉은사 경내에 텐트를 치고 무문관(無門關)에 든다철저히 묵언하고 최소한만 먹으며 하루 9시간 정진한다인내력을 키우고 자기 자신도 발견할 수 있어서 젊은이들이 살아갈 힘을 얻어간다외국인 대상 프로그램 중에서는 금니사경(金泥寫經)’이 유독 눈길을 끈다금을 입힌 물감으로 경전 구절을 베껴 쓰는 형식인데 다른 사찰에선 거의 볼 수 없다한국어로 적힌 <법구경원문에 그대로 붓을 칠했다한국어와 좀 더 친숙해지고만족의 미덕이라거나 집착하지 않는 태도라거나 불교적인 가치도 익힐 수 있다. ‘사경’ 자체가 수행(修行)이어서 생각을 정화하는 효과도 크다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글로벌하게’ 번잡하다핵미사일 하나면 당장에 끝장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봉은사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 봉은사 템플스테이

상월선원 템플스테이(23)

참선수행 집중 프로그램금요일 오후 7시부터 일요일 오전 10시까지텐트 안에서 참선 정진. 108영화 아홉 스님’ ‘부처님과 함께 걷다’ 영상 시청.

 

명상 차담 템플스테이(12)

스님과의 차담행복을 찾는 108사물관람과 저녁예불 등

 

찾아가는 길

[주소서울시 강남구 봉은사로 531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1번 출구 나와서 도보 100미터.

 

문의(02)3218-4846
예약www.templest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