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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채식은 건강 위해 먹는다? 무슨 말씀, 맛있어서 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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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댓글 0건 조회 1,690회 작성일 22-04-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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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플렉시테리언의 단골

요리연구가 백지혜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서울 은평구 신사동 '악어'의 비건 마라샹궈(앞)와 김페스토 파스타./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은평구 신사동 '악어'의 비건 마라샹궈(앞)와 김페스토 파스타./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건강한 맛’이 되어 버린 채소 요리의 ‘오명’을 조금이나마 벗겨주고 싶어요.”


서울 망원동 ‘제리코 레시피’는 요리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배기 쿠킹 클래스’로 인기 높다. 제리코 레시피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백지혜씨는 자신을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했다. “식물성 식품을 지향하고 매일 채식을 먹어도 질리지 않지만, 친구가 불러 나가면 누구보다 열심히 고기를 잘 먹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백씨가 최근 ‘채소 마스터 클래스’(세미콜론)라는 요리책을 펴냈다. 동네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채식 혐오하는 지인들에게 “이렇게만 해주면 매일 채소 요리를 먹을 수 있겠다” 칭찬받은 채소 요리법을 모았다. “제가 채소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없고, 그저 맛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많은 사람이 채식은 맛은 없지만 건강 때문에 먹는다는 인식을 가졌잖아요. 잘못된 선입견을 바꿔주고 싶었죠.”


채식주의자가 될 의향이나 의지는 없지만 가끔 채식에 도전해 보고픈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식당 4곳을 백씨가 추천했다.


악어: 반려견 데려갈 수 있는 채식 술집


“편안한 분위기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비건(채식) 옵션이 있는 흔치 않은 동네 술집이에요.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는 펫프렌들리(pet-friendly)한 곳이기도 합니다.”


강남 신사동이 아니라 서울 서북쪽 외곽인 은평구 신사동에 이렇게 힙한 술집이 있을 줄이야. 강렬한 색감과 예술적인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홍대 앞 일대에서 7년 영업하다 지난 2019년 이곳에 자리 잡았다”고 주인은 말했다. 20여 가지 메뉴 중 절반가량이 고기를 버섯으로 대체하거나 빼는 등의 방식으로 채식 변경이 가능하다. 외국 음식 TV 프로그램을 번역하며 쌓은 해박한 요리 지식을 보유한 주인이 국적이나 스타일을 딱히 규정하기 어렵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낸다. 맛도 맛이지만 ‘이 가격에 이렇게 많이 줘도 되나’ 싶을 만큼 푸짐해 기분 좋다. 주인은 “이곳 임차료가 시내보다 싸서 가능하긴 한데, 요즘 식재료 가격이 워낙 올려서 가격을 올릴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건물 외관에 간판이나 안내문이 전혀 없어 초행이라면 당황할 수 있다.


김페스토 파스타 1만7800원, 마라샹궈 2만1800원. 서울 은평구 신사동 17-10 2층, (02)389-1710


큔: 발효음식 전문 식당


“동물성 식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엄격한 비건 식당이면서, 발효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콘셉트라서 오픈 초기부터 관심을 받은 집이죠. 발효 소스나 버터 등 제철 재료를 이용해 만든 커리, 샐러드, 샌드위치 등 새로운 조합의 미식 탐험을 할 수 있어요.”


균(菌)을 이용해 발효 숙성시킨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 콩으로 만드는 인도네시아 발효 식품 ‘템페’와 일본식 매실 절임인 우메보시, 머스터드(양겨자) 등을 직접 만들어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고 제품으로 판매도 한다. 와인은 모두 내추럴, 유기농이다. 점심은 카페테리아로 운영돼 채식하지 않는 주변 직장인도 많이 찾는다. 저녁에는 내추럴·유기농 와인에 비건 안주를 곁들여 내추럴·유기농 와인을 즐기는 손님이 많다.


템페 삼발 토마토소스 핫샌드위치 9000원, 구운채소와 비건발효버터 커리 1만60000원.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6길 17-2, (0507)1366-0591


베이스이즈나이스: 미쉐린 빕 구르망에 올라


“식재료 본연의 기본 맛에 충실한 채식 식당입니다. 먹으면 ‘심플하게 차렸는데 맛있네’란 놀라움을 줘요. 눈으로 봤을 때 아름다운 채식 상차림은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서 더 좋고요.”


채소가 이토록 맛있는 음식이었나 새삼 깨닫게 하는 식당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턴트, 식음 기획자 등 음식·외식 분야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장진아 대표가 2019년 문 열었고, 바로 다음 해인 2000년 미쉐린가이드 서울에 ‘빕 구르망(가성비 식당)’ 목록에 올랐다. 굽거나 훈연하거나 튀기거나 바비큐하는 등 다양한 요리법을 적용해 익숙한 채소를 전혀 다른 식감으로 즐기도록 해준다. 점심에만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다.


바삭 청무와 옥수수 밥, 홍고추 퓌레의 구운 두부 밥 각 2만원. 서울 마포구 도화2길 20, (0507)1306-6724


발우공양: 코스로 맛보는 사찰음식 전문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명한 사찰음식 전문점이죠. 채식을 한 가지 음식이 아닌 반상 차림의 다양한 코스로 맛볼 수 있어서 손님 대접할 때 특히 추천합니다.”


스님들 건강을 생각해 고안됐지만 이제는 세계인의 건강을 생각하는 음식이 된 사찰음식 대중화에 앞서온 식당이다. 외국 손님들은 파·마늘·부추·달래·무릇 등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 사찰음식이 양념이 강한 일반 한식보다 오히려 접근하기 쉽다고도 말한다.


선식(점심) 3만원, 원식 4만5000원, 마음식 6만5000원.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56, (02)733-2081


요리연구가 백지혜씨가 채식 요리 레시피를 모아 펴낸 '채소 마스터 클래스'./세미콜론 

요리연구가 백지혜씨가 채식 요리 레시피를 모아 펴낸 '채소 마스터 클래스'./세미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