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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코로나 사태 대응 이젠 바꿔야”

  • 교계
  • 입력 2020.04.13 11:37
  • 수정 2020.04.13 14:50
  • 호수 1534
  • 댓글 0

화엄선재硏, 코로나사태 보고서 발간
“산문폐쇄·법회중단 등 모범적 대응
긍정적 평가 받았지만 이젠 변화필요”
재해현장 찾아 희망메시지·봉사 나서야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불교계가 대중법회를 중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등 선제적 대응으로 모범을 보였지만, 여기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재난의 현장을 찾아 고통 받는 이를 위로하고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조계종 19교구본사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 산하 화엄선재불교연구소(소장 허권)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한국종교의 현실과 방향-사이비종교의 폐해와 한국불교의 나아갈 길’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큰 충격과 파장을 주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불교계 차원에서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한 보고서가 발간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가장 먼저 법회를 중단하고 산문을 폐쇄하는 등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사찰 내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모범적 대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사회 대중들은 우울과 불안, 무기력증으로 인한 고통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불교계가 해오던 소극적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불교계도 전염병 사태에 대한 대응방식을 변화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창궐하는 전염병과 재난을 만났을 때 ‘보배경’에 등장하는 부처님이 보여준 모습과 대만 자제공덕회의 활동에서 대안을 모색했다.

구례 화엄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4월10일 경내에서 '자비의 헌혈 행사'를 열었다.
구례 화엄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접하고 4월10일 경내에서 '자비의 헌혈 행사'를 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처님은 베살리 지역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난현장을 찾았고, △그 속에서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대중들을 위로했으며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제자들과 밤낮없이 청소와 방역활동에 참여했다.

세계적인 자선 구호단체인 대만 자제공덕회도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영문홈페이지에 ‘코로나19와 직면해 생명의 경외심을 확인함’이라는 글을 올려 “코로나19가 육식에 대한 탐욕의 결과로 태어났으며, 자연과 다른 생명에 대한 오만과 무례함이 초래한 재해”라고 정리했다. 특히 자제공덕회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질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즉각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상식임에도 자신의 상태를 숨겨 더 큰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한 경외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자제공덕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것과 실천해야 할 것, 향후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자제공덕회는 이런 성찰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운영하는 ‘대애TV(DA Ai TV)를 통해 사람들이 가져야 할 삶의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폐비닐 등을 재가공해 만든 방호복, 플라스틱 얼굴마스크, 방역 마스크 등을 생산해 병원과 공공기관에 배포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은 대중교통수단과 정류장 등에 대한 방역활동을 지속하는 등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보고서는 “부처님과 자제공덕회의 공통점은 전염병을 맞아 직접 그 현장에서 고통 받는 대중들에게 성찰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실천 가능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바탕으로 이제 한국불교계도 성찰과 위로 메시지와 함께 사회적 실천이라는 적극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스님과 반갑다연우야 등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치료와 확산 방지에 진력 중인 의료진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희망나눔 사찰음식 도시락’을 만들어 보건의료기관에 전달했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지도스님과 반갑다연우야 등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치료와 확산 방지에 진력 중인 의료진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희망나눔 사찰음식 도시락’을 만들어 보건의료기관에 전달했다.

보고서는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대응방안으로 △신도와의 원활한 소통 △국민을 향한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 전파 △조직 가능한 봉사활동 전개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지금 일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법회 인터넷 중계뿐 아니라 전화와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SNS와 유튜브를 활용한 신도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또 국민을 향한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 전파를 위해 종단차원에서 유튜브를 개설해 ‘코로나 19종식을 위한 구국기도회’를 조계종 산하 모든 본말사가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봉사활동조직을 구성해 현 시국에서 더욱 어려움에 처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방역활동, 도시락배달, 무료급식소 운영 등을 주문했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코로나19라는 인류사적 재앙이 사실은 생명을 도외시한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에서 초래된 것임을 돌아보게 된다”면서 “이번 사태를 겪으며 불교계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를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 보고서를 통해 종단과 본사, 각 사찰이 현 시점에서 행해야 할 구체적 실행방안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34호 / 2020년 4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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