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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음식> 연잎밥, 맛·멋·향 동시에 즐기는 영양식

송고시간2016-08-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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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저 안에 뭐가 들어 있을까? 맛은 어떨까?’식탁에 놓인 연잎밥을 내려다보노라면 궁금증부터 인다. 연잎에서 풍기는 담담한 향기. 연잎을 묶은 꼬치를 조심스레 빼낸 뒤 한 꺼풀 한 꺼풀 열어젖힐 때 느끼는 호기심과 재미도 쏠쏠하다.
‘한 겹! 두 겹! 세 겹! 네 겹! 다섯 겹!’ 갈색의 찰밥이 콩, 연근과 함께 정체를 드러낸다. 침이 절로 넘어간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 씹을수록 미감은 깊어진다.

<맛난 음식> 연잎밥, 맛·멋·향 동시에 즐기는 영양식 - 2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인 여름이다. 푸른 연잎은 부는 바람에 하늘거리며 ‘어서 오라’는 듯 곳곳에서 손짓한다. 연꽃 감상과 함께 연잎밥을 먹어보기에도 안성맞춤의 계절이다.

뭐든 때와 장소와 상황에 맞추면 금상첨화다. ‘톱(TOP)을 알면 톱(TOP)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앞의 TOP은 시간(Time), 상황(Occasion), 장소(Place)를 뜻한다. 물론 뒤의 TOP은 ‘최고’, ‘으뜸’을 말한다.

이는 음식에도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다. 제때 제자리에서 제대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연잎밥 또한 그러하다. 사계절 어느 때라도 먹을 수 있지만 연향 가득한 여름날에 연꽃을 바라보며 먹는 맛은 묘미가 그만이 아닐 수 없다. 맛과 멋, 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거삼득(一擧三得)의 효과인 셈이다.

청정하고 무구한 연(蓮)은 청량함과 함께 은은한 속내를 품고 있다. 뿌리와 줄기, 씨, 잎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인간의 음식으로 거듭난다. 뿌리는 연근조림 등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줄기는 나물 요리가 된다. 씨는 갈아서 연자전의 재료로 쓴다.

하지만 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아무래도 연잎밥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그만큼 폭넓게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연꽃축제 등이 열리는 7월과 8월이면 축제장은 물론 연밭이 있는 전국 곳곳의 명소에는 그 맛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불교와 인연이 깊은지라 연잎밥을 직접 지어 맛보게 하는 사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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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연잎밥

그렇다면 연잎밥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까? 기본으로 들어가는 재료로는 연잎, 찹쌀, 대추, 잣, 은행, 밤, 소금물을 들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콩이나 팥을 넣기도 하고, 연꽃 열매로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연자육을 보태기도 한다.
“연잎밥은 은은한 향을 먹는다고 보면 돼요. 요란한 맛과는 거리가 있지요. 그만큼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이자 영양식이 바로 연잎밥이랍니다.”

충남 부여군의 부소산성 앞에 있는 연잎밥 전문식당 ‘백제의집’ 대표인 박명순(58)씨는 연잎밥 예찬론을 펴며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10여 년 전부터 연잎밥을 직접 지어 팔고 있는 이 식당은 부여군 유일의 연잎밥 향토음식점으로 2008년에 지정됐다.

연잎밥은 얼핏 간편식처럼 보인다. 밥을 연잎으로 싼 것이 전부인 듯해서다. 하지만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하려면 생각 밖으로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먼저 찹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 뒤 푹 찐다. 연잎은 반 또는 4분의 1로 잘라 미리 준비해놓는다. 다 된 찰밥은 소금물을 고루 뿌려 섞는다. 찰밥이 연잎에 앞서 소금물을 만나 연밥의 기초가 되는 것. 이어 연잎을 펼쳐 한 공기 정도의 찰밥을 대추, 잣, 은행, 밤 등과 함께 넣는다. 그리고 찰밥을 감싼 연잎이 풀리지 않게 꼬치로 고정한다. 이를 한 시간가량 다시 푹 찌면 드디어 연잎밥 완성. 그동안 푸른색 연잎은 갈색으로 바뀌어 있다.

연잎밥에는 여러 가지 식재료가 들어가 있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식사이지만 반찬과 찌개 등 부수적인 음식과 더불어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반찬은 식당마다 다르긴 하나 명태찜, 된장찌개, 계란찜 등과 함께 정식으로 제공되기도 한다. 제육볶음, 우렁무침, 연근전, 잡채를 곁들일 수도 있다. 물론 식후에 연잎차를 마시면 뒷맛을 깔끔하게 해줘 금상첨화다.

가족과 함께 온 유신혜(20)씨는“처음 먹어보는데 향이 독특하다. 담백하고 깊은 맛이 있다”며 “입안에 향이 여운처럼 남아 더욱 좋다. 우리 젊은 세대도 그렇지만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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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잎밥, 웰빙 식품으로 각광

연잎에는 피를 맑게 하고 빈혈을 예방하는 성분이 있다고 알려졌다. 면역력 강화와 항균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연잎으로 만든 밥은 기력을 왕성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면서 정신적 안정을 준다. 연잎차를 오래 마시면 늙지 않을 뿐 아니라 흰머리를 검게 해주는 효능까지 있다는 말도 나온다.

본초강목은 연잎이 심신의 기력을 돕고 만병을 물리치며 기억력을 좋게 하고 오래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하고 늙음을 알지 못하게 한다고 언급한다. 동의보감도 연을 장복하면 인체의 온갖 병을 낫게 하고 몸을 좋게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산후 산모에게 좋은데, 하혈을 멈추게 하고 피를 맑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연꽃은 고대사회에서 중요한 식량 자원 중 하나로 간주됐다. 어린 연잎은 나물로 먹었고, 씨와 뿌리는 녹말을 얻는 식량으로 요긴했다. 가을은 익은 연밥을 거두는 수확기였다. 연잎밥은 전쟁 나갈 때 군량미로도 쓰였다고 한다. 연잎 자체가 살균효과를 갖고 있어 여름에도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전쟁 시기가 아니더라도 연잎밥은 간편식으로 간주됐다. 과거를 보러 가는 등 장거리 이동 때 요즘으로 치면 도시락이나 주먹밥과 같은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사찰 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연잎밥은 근래 들어 웰빙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기도 한다. 예부터 불로장생, 무병장수의 음식으로 인정받아온 데는 그만큼 탄탄한 미덕이 있어서였다. 연빵, 연잎 식혜, 연잎 쿠키, 연잎 카스텔라, 연근 샐러드, 연근 부침개, 연근 초절임, 연근 피클, 연근 칼국수 등 파생 식품이나 음료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은근한 향기와 함께 영양도 많은 연잎밥으로 몸과 마음을 힐링하며 무더운 여름에 건강을 지켜보면 어떨까 싶다.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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