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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Tour holic] 넌 명상하러 가니? 난 바둑 배우러 간다

입력 : 
2015-05-16 04:01:02
수정 : 
2015-05-16 09: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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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예·국궁으로 신체 단련하고
비법주스 먹고 쑥뜸 뜨며 뱃살 쏙
큰스님과 바둑두며 깨달음 `한수`
템플스테이
사진설명
제가 누군지 궁금하시죠? '명품 템플스테이'만 콕 집어 소개해 드리는 동자승 '템피(Temppy)'랍니다. 요즘 속상한 일 많으시죠? 이럴 때 필요한 게 힐링입니다. 잠깐, 눈을 감으세요. 숲, 명상, 계곡물 소리를 상상하는 겁니다. 어때요, 잠깐이지만 기분 상쾌해 지셨죠? 이런 게 템플스테이입니다. 불경 외우고, 108배에 오체투지 유격훈련하는 곳, 절대 아닙니다. 마침 다음주가 부처님 오신날이네요. 그럼 오랜만에 산사로 떠나 보실까요. ◆ 수련의 메카 경주 골굴사 방학 시즌이면 터져나가는 템플스테이. 맞다. 경주, 하고도 골굴사다. 골굴사가 뜬 건 순전히 '선무도' 덕이다. 선무도는 신라시대 화랑들이 심신을 닦는 데 활용한 전통무예다. 골굴사는 선무도의 총본산이다. 6세기 무렵 신라시대 서역에서 온 광유성인 일행이 함월산에 정착하면서 12개 석굴로 가람을 조성해 만든 게 골굴사다. 게다가 기록도 있다. 석회암 절벽을 깎아 만든 대한민국 유일의 석굴 사원이 골굴사다.

그러니 구조부터 독특하다. 석회암 절벽에는 석굴로 여겨지는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다. 맨 꼭대기에 마애여래좌상 조각이 놓여 있다. 높이 4m, 폭 2.2m. 보기에도 듬직한 이 불상이 보물 제581호다.

선무도는 유에서 강으로 발전한다. 마치 일제시대 맹위를 떨쳤던 전통무예 택견의 몸놀림 같다. 원래 부처님의 가르침인 '아나파나사티'라는 호흡법을 중심으로 한 참선 수행법이다. 여기에 선기공과 선무술을 가미해 강으로 나아간다. 굼실, 능청, 하다 팍 찌른다. 이런 게 한국적인 맛이다.

선무도를 제외한 일정은 일반 템플스테이와 유사하다. 산책(원족)도 하고, 공양도 하고, 그 끔찍한 108배도 한다. 주지 스님과 조용히 마음을 나누는 차담 시간도 있다. 하지만 골굴사의 핵심은 선무도다. 아예 방학 때는 선무도 화랑 템플스테이 기간을 정해 놓고 수련생을 받을 정도다.

이 프로그램에는 함월산의 달빛 명상과 함께 솔잎 따기, 국궁, 요가, 호신술 등이 포함된다. 힐링도 하고 건강도 찾는다는 데, 볼 것 없다. 달려가시라.

▶ 골굴사 템플스테이 즐기는 Tip〓내비게이션 주소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 안동리 산 304. 참가비는 1박2일 기준 4만~5만원 선. 선무도만 따로 체험하는 코스도 있다.

단식의 메카 양주 육지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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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감동이다. 눈물이 핑 돈다. 스트레스 훌훌 날려주는 힐링뿐만 아니라, 살까지 쫙 빼 준다. '다이어트 템플스테이'의 메카로 뜬 곳은 경기도 양주의 육지장사.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차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으니, 그냥 주말 나들이 삼아 훌쩍 다녀오면 된다.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 휴식형, 체험형, 단식형 템플스테이다. 슬슬 더워지는 지금이 적기다.

최고 인기 프로그램은 단연 단식형. 2박3일이 기본인데, 더 늘릴 수도 있다. 반대로 이조차 힘들면 1박2일 맛보기 체험을 해 보면 된다. 일정도 체계적. 우선, 거품 싹 뺀 공양(끼니). 철저히 다이어트용이다. 사과와 당근을 갈아 만든 주스에 이 사찰만의 비법, 천연 첨가물이 들어간다. 첨가물 정체? 미안하지만 비밀이다. 비법 공개하는 맛집 없는 법이다.

주스 식사뿐만 아니다. 육지장사 단식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쑥뜸이다. 쑥 단지에 불을 지펴 단전에 올려둔 뒤 그 자세로 1시간여를 누워 있으면 끝. 그런데 이 효과가 놀랍다. 몸 전체 평균 체온을 1도 이상 올려놓아 자동으로 면역력을 최고로 키워 준다. 심지어, 절로 살도 빠진다.

새벽 기침과 동시에 강도 높은 허리 운동 '108배'와 함께 연이어지는 뒷산 원족(나들이)까지 들어가 있으니 지루할 틈도 없다. 마지막 코스는 육지장사 주변 소원 명소 탐방. 절터 가장자리를 따라 차례로 놓인 108개의 범종이다. 나무막대를 들고 하나하나 108번을 치면 복이 온다는 이곳의 영물이다.

잊을 뻔 했다. 이곳 단식 코스를 끝낸 뒤에 조심해야 할 위험지대가 있다. 다이어트 사찰 앞에 버티고 있는 강력한 유혹, 바로 양주 한우마을이다. 마블링이 하얀 눈처럼 촘촘히 박혀 있으니, 아차 하다간 끌려가고 만다. 아귀의 유혹(?)에 넘어간 다이어트 템플 동기들, 이곳에 다 모이니 다시 한 번 주의하실 것.

▶ 육지장사 단식 템플 즐기는 Tip〓내비게이션 주소는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 294-3 도리산. www.yukjijangsa.org. (031)871-0101. 이곳 생수인 육각수도 명불허전이다. 몸속 찌든 때, 씻어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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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 '템피'(왼쪽)
바둑의 메카 서산 서광사 바둑 두는 템플 스테이도 있다. 사실 바둑이나 도나 종교나 목적은 한 가지다. 깨달음을 위한 길이라는 거다. 바둑 템플의 메카는 충남 서산의 천년 고찰인 서광사. 심지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이름도 '각수삼매'다. '깨달음의 한 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뜻이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건 주지 스님이다. 이 사찰의 큰스님은 도신. 이창호 9단의 첫 프로 스승인 전영선 7단에게 사사했으니, 바둑 실력 보통이 아니시다. 일정도 이렇다. 바둑명상 프로그램은 매월 둘째주 넷째주 10명 이상 멤버로 진행한다. 보통 2박3일 코스. 탁본, 공양, 원족 같은 템플스테이 기본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각수삼매 예선리그, 각수삼매 결선리그 같은 간이 바둑대회가 포함된다. 바둑 수련관 시설도 첨단이다. 72명이 동시에 둘 수 있는 공간에 디지털 계시기까지 달려 있다. 공양도 뷔페식. 입맛대로 골라 먹으면 된다. 바둑과 양대산맥이 큰스님이 직접 노래까지 불러주는 음악 명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다. 놀랍게 이 도신 스님, 음반 6집까지 낸 실력파 가수다.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명상 음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게 핵심이다. 재밌는 건 중간중간에 노래와 함께 요가 시간이 들어 있다는 것. 108배,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함) 같은 기본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 서광사 바둑템플 즐기는 Tip〓내비게이션 주소는 충남 서산시 읍내동 556. www.seogwangsa.or.kr. (041)664-2002.

깨달음도 식후경…이곳에선 입맛도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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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나들이에, '식도락'이 빠질 수 없다. 맛집 뺨치는 공양 때문에 찾게 되는, '템플스테이 미식회' 메카다. 1. 콩잎 된장찌개 북한산 진관사

북한산 자락의 진관사(津寬寺). '힐링캠프'를 진행하면서 힐링 전도사가 된 김제동 씨의 애찰이기도 하다. 이곳 백미가 '진관사 밥'. 콩잎 김치에 된장찌개를 쓱쓱 비벼 먹다 보면 선계(仙界)가 따로 없다. 진관사 요리엔 '오신채(五辛菜·매운 맛을 내는 파 달래 마늘 부추 무릇 등 다섯 가지 채소)'가 없다. 깔끔 담백, 그 자체. jinkwansa.org (02)388-7999

2. 지리산 '송차(松茶)'의 명가 대원사

사찰보다 차가 먼저 떠오르는 곳, 지리산 대원사다. 대원사 하면 역시 '송차(松茶)'. 한국 전통차 가운데 유일한 발효차인 것도 매력이다. 송차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게 대원사 칠보차(七寶茶)다. 육계·복분자·생강 등 일곱 가지 보석 같은 재료가 가미된다. 송차 못지않은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www.daewonsa.net (055)972-8068,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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