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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과 풍경 소리에 번민을 씻다, 산사로 떠나는 여행

송고시간2015-05-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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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과 풍경 소리에 번민을 씻다, 산사로 떠나는 여행 - 2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어머니의 품처럼 넓은 산자락에 포근하게 들어앉은 산사는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와 종교적 상징성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명상에 잠기고, 수려한 자연을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중 '한국의 전통 산사'를 우선 등재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고 신록이 우거진 봄날의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고찰 7곳을 정리했다.

▲ 순천 선암사 = 조계산 선암사는 백제 아도화상이 건립한 뒤 통일신라시대 도선국사와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이 중창했다고 한다.

한때는 60여 동의 건물이 있었으나, 정유재란과 한국전쟁 때 많은 전각이 소실돼 30동 정도만 남아 있다.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으로 많은 스님들이 공부를 하는 수행 도량이다.

경내에는 보통의 사찰에는 있는 세 가지가 없다고 한다. 삼무(三無)의 대상은 사천왕문, 본존불의 좌우에 있는 협시보살상, 대웅전의 중앙에 있는 어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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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마곡사 = 봄 풍경이 매혹적이어서 '춘마곡'(春麻谷)으로 일컬어지는 마곡사는 태화산에 자리한다.

7세기 중반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마곡이라는 명칭은 자장의 설법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삼(麻)처럼 골짜기(谷)를 메웠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조선 중기에 유포된 정감록에는 몸을 피하기 좋은 십승지지로 꼽혔다. 또 구한말에는 백범 김구가 일제를 피해 출가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전각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17세기부터 재건됐다. 대웅보전은 아래층이 위층보다 큰 2층 건물이다. 사찰 주변에는 소나무가 빽빽한 숲이 있어서 여유롭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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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봉정사 = 천등산에 위치한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평가받는다. 상량문에 공민왕 12년(1363)에 지붕을 수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를 토대로 건립 시기를 13세기 초반으로 보고 있다.

고려시대 중기부터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는 수백 년의 역사가 한곳에 모여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672년 처음 지어졌으며, 봉황이 머물렀다는 설화가 전해 온다.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다른 절에 비하면 규모가 다소 작은 편이다. 가을에는 향기가 일품인 국화를 주제로 하는 축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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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은 법주사 = 미륵신앙의 중심 사찰로 553년 의신조사가 지었다고 한다. 많은 가람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에 파괴됐다가 중창됐다.

법주사는 속리산을 대표하는 명소인데, 두 지명의 한자 뜻풀이가 상당히 흥미롭다. 법주사는 '법이 머무는 절', 속리산은 '세속이 떠난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경내로 들어가면 금강문, 사천왕문, 팔상전, 대웅보전이 일렬로 배치돼 있다. 팔상전은 현존하는 유일한 목탑으로 17세기 초반에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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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 통도사 =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와 함께 삼보(三寶) 사찰을 이루는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가 있는 불보(佛寶) 사찰이다.

산사의 기틀을 닦은 이는 마곡사를 창건한 자장이다. 그는 절터를 찾기 위해 한겨울에 영축산을 뒤지다 연못가에 핀 칡꽃을 발견한 뒤 그곳에 통도사를 지었다고 한다.

통도사는 오르막을 따라 조성된 일반 산사와는 달리 전각이 개울가 구릉에 넓게 퍼져 있다. 대웅전 뒤에 석조건물인 금강계단이 있는 점도 독특하다. 금강계단의 중앙에는 사리탑이 자리하고, 사위에 사천왕상과 석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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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대흥사 = '대둔사'라고도 불리는 두륜산 대흥사는 서산대사의 일화가 얽혀 있는 사찰이다. 서산대사는 세상을 뜨기 전 자신의 가사와 발우를 대흥사에 두라고 명했고, 이를 계기로 조선 불교의 중심 도량으로 거듭났다.

대흥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은 초의선사다. 그는 다산 정약용에게 차(茶)를 배운 뒤 대흥사 인근에 암자를 짓고 자칫 사라질 뻔한 다맥(茶脈)을 이었다.

대흥사는 역사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경치도 미려하다.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북원과 남원으로 나뉘는데, 남원에는 서산대사를 위한 유교 형식의 사당인 표충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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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주 부석사 = 부석사는 소백산과 태백산의 중간에 있는 봉황산에 터를 잡았다. 화엄종의 본찰로 676년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세웠다. 그는 입적할 때까지 절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조정의 지원을 받아 번성했고, 고려시대에도 많은 건물이 건축됐다.

당시의 건축물이 바로 무량수전과 조사당이다. 무량수전은 봉정사 극락전 다음으로 오래된 목조건물로 단아함과 기품이 느껴진다. 조사당은 무량수전보다 수수한 맞배지붕 전각으로 의상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다.

◇ 산사에서 보내는 하루, 템플스테이 = 부석사를 제외한 6개 산사에서는 여행자를 위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템플스테이는 오후 2∼3시에 시작해 고요한 사찰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점심 공양을 한 뒤 마무리된다.

일과는 예불, 염주 만들기 등으로 대동소이하지만, 몇몇 산사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마곡사의 '수리수리 숲소리'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숲 속에서의 명상, 선암사의 템플스테이는 편백나무 숲길 트레킹을 진행한다.

참가비는 1박 2일, 성인 기준으로 5만∼7만원이다. 신청은 산사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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