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취업 두려움 털고, 미래 직업 꿈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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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빠삐용 의자’ 마음에 담고 … “꿈을 개발하고 기다려라”

2012년 주5일수업제 전면시행에 따라 일선학교에서는 다양한 토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교과수업의 연장이거나 단순 스포츠 활동에 그치는 수준이다.

특히, 입시중심의 고등학교는 토요일도 교과수업의 연장일 뿐이다. 더구나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은 채 대학 입시정책에 끌려가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하는 고교생들이 대전시에서만 연 1500여명으로, 3월과 4월에 가장 많다. ‘힐링열차’ 2호는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등 지역 11개 특성화고교 학생들을 싣고 순천만 일대와 송광사 템플스테이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편집자주>


“108배를 마치고 나니 시험과 취업에 대한 공포심이 사라지고 머리가 개운하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보고 싶다” 동아마이스터고 2학년 김민혁 군은 소감문에 이렇게 적었다.

대전여상 오민주 양은 “출발할 때는 담임선생님한테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원승 스님과 대화를 하고 나니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고 적었다.


아이들은 “스님들도 우리랑 같은 사람”이라며 “실제 해보니 108배나 새벽예불 체험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7일 오전 8시. 코레일과 대전시교육청 직원들이 서대전역에 아이들보다 먼저 도착해 학생들과 준비물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이번 힐링열차에는 대전시교육청 Dream&드림 멤토단 학생 여섯 명이 봉사자로 참여했다. 11개 학교에서 참석한 학생들은 멘토들과 조를 짜고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이어 열차가 서대전역을 출발하고 힐링열차 ‘진로 찾기’ 특강이 시작됐다. 

열차가 서대전역을 출발하고 동아마이스터고 김진구 교사의 힐링열차 ‘진로 찾기’ 특강이 시작됐다.

‘진로찾기’ 강의, “부족한 것 찾아내는 개척정신 필요”

동아마이스터고 김진구(42·자동화프로그래밍, 창업일반 교과담당)교사는 “IQ를 기준으로 천재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강점지능’을 찾아야 한다”며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것을 찾아내 보완하고 개발하는 개척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특강에서 ‘진로 마인드 함양’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특히 가치의 핵심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김 교사는 강의 중간 중간 넌센스 퀴즈로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누룽지를 영어로 표현하면? 뜨거운 바다는? 여승무원은? 가르마는?” 아이들은 재치 있는 대답을 했고, 웃음과 박수소리가 힐링열차 열기를 더했다.


아이들이 불일암에서 수행하시는 덕조스님이 쓰실 장작을 하나씩 들고 불일암 앞마당에 들어서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무게의 장작을 스스로 골랐다.

순천만 생태공원을 돌아본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어린아이들처럼 아이스크림 통 앞으로 모여들었다. 송광사 주차장에 도착한 아이들은 개울 옆 오솔길을 따라 재잘거리며 걸었다.

아이들은 송광사 대웅전 앞에 들어서자 엄숙함(?)에 눌렸는지 차분해졌다. 수련복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몸을 맡겼다.

사자루에 모인 아이들은 간단한 사찰예절을 배우고 채식밥상으로 저녁공양을 마쳤다.

연잎 차를 마시며 나눈 스님과 대화시간은 다양한 질문과 따뜻한 답변이 이어졌다.

답변에 나선 진웅스님은 “오늘 송광사에서 보내는 1박2일이 여러분 인생에 잊지 못할 무엇인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롭게 사는 것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인 것 같다”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의 사소하고 다양한 질문에도 눈높이에 맞춘 현답이 나왔다.

법정 스님이 살아생전 영화 ‘빠삐용’을 보고 손수 만들었다는 빠삐용 의자. 의자위에는 방명록이 있고,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글귀가 쓰인 책갈피가 방문객들을 위해 준비돼 있다.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 의미 다시 새겨야

법정 스님이 살아생전 영화 ‘빠삐용’을 보고 손수 만들었다는 빠삐용 의자. 덕조(德祖) 스님은 “주인공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가장 큰 죄는 인생을 낭비한 죄였다”며 “나도 이 의자에 앉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불일암 한쪽 구석에 놓인 빠삐용 의자는 암자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힐링열차 둘째 날, 새벽 3시에 눈을 뜬 아이들은 새벽예불을 체험하고 108배를 무사히(?) 마쳤다.

아이들은 경내 주요 보물과 문화재를 진웅, 원승스님의 안내로 돌아보고 이내 불일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불일암에서 수행하시는 스님이 쓰실 장작을 하나씩 들고 가 뒷마당에 옮기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덕조스님은 “장작을 옮겨줘 일주일치 수고를 덜었다”며 법정스님이 만들어 사용한 ‘빠삐용 의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덕조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스님 제자로 불일암을 지키며 수행중이다. 스님은 아이들에게 추녀 끝 ‘물고기 모양’ 풍경을 가리키며, 항상 눈을 뜨고 자는 물고기처럼 ‘깨어있으라’고 주문했다. 

이어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마음자리에 바늘하나 꽂을 곳이 없다”며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를 졸업한 후 출가에 대해 더 고민해보겠다는 한 여학생은 “스님이 하시는 일상의 일부분을 체험하면서 묘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며 “담임선생님이 ‘힐링열차’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취지를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전학왔다는 이유로, 문제학생이라는 이유로, 봉사활동 가산점수를 내세워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전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교육재능기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나를 돌아보는 힐링열차’는 시교육청과 코레일 등 민관기관이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대전시교육청 나태순 학생생활안전과장은 “지난 3월 힐링열차 참여자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76%(41명)이 ‘만족한다’고 답했다”며 “2호 힐링열차가 다양한 직업을 꿈꾸는 특성화고 아이들의 진로고민과 진로변경전입학제로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옮긴 후 힘든 시기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힐링의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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