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열차 2호, 특성화고 학생 싣고 떠나다] “시험·취업 두려움, 깨끗하게 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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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빠삐용의자' 마음에 담고 … 자신의 '강점지능' 찾아 인생설계

"108배를 마치고 나니 시험과 취업에 대한 공포심이 사라지고 머리가 개운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참여하고 싶습니다" 대전 동아마이스트고 2학년 김민혁 군은 소감문에 이렇게 적었다.

대전여상 오민주 양은 "출발할 때는 담임선생님한테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원승 스님과 대화를 하고 나니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고 적었다.

아이들은 "스님들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며 "실제 해보니 108배나 새벽예불 체험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교회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많은 아이들이 108배에 대한 '공포'와 종교적인 편견과 선입견 등으로 사찰체험을 꺼리는데, 일단 체험을 해보고 평가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오전 8시. 코레일과 대전시교육청 직원들이 서대전역에 아이들보다 먼저 도착했다. 힐링열차 2호에 탈 학생들과 준비물을 꼼꼼하게 챙겼다. 열차가 서대전역을 출발하자 곧바로 진로찾기 특강이 시작됐다.

힐링열차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전지역 특성화고 학생들이 순천 송광사 뒷마당을 지나 법정스님 거쳐였던 불일암으로 가고 있다. 전호성 기자

'진로찾기' 명품강의, "꿈은 진화한다" = 달리는 열차에서 대전동아마이스터고 김진구 교사(42. 자동화프로그래밍 교과담당)는 '진로 마인드 함양'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가치의 핵심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김 교사는 "작은 꿈이라도 좋다. 꿈을 개발하고 기다려라. 천천히 가도 쉬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한다. 무궁화든 KTX든 종착역에 가지 않느냐"며 "우리들의 스팩은 열정과 정열이다. IQ를 기준으로 천재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의 '강점지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사는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것을 돌아보는 개척정신이 필요하다"며 "지금 이순간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평생 끌려 다니게 된다. 순간순간 자신을 이기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열차가 서는 중간 중간 넌센스 퀴즈로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누룽지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뜨거운 바다는? 여승무원은? 가르마는? 아이들의 재치 있는 대답이 나왔고, 웃음소리가 열차안에 퍼졌다.

세계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순천만 생태공원 일대를 돌아본 아이들은 송광사로 향했다. 산만했던 분위기는 송광사의 위엄(?)에 눌렸고, 아이들은 사찰프로그램에 몸을 맡겼다.

간단한 사찰 예절을 배우고 저녁공양을 마친 아이들은 사자루에 모여 스님들과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는 진웅 스님은 아이들의 다양한 질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혜롭게 사는 것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인 것 같다"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날 새벽 3시에 눈을 뜬 아이들은 새벽예불을 체험하고 108배를 무사히(?) 마쳤다. 스님의 안내로 경내 주요 보물과 문화재를 공부한 아이들은 불일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는 길에 불일암 스님이 마련해 논 장작 하나씩 들고 뒷마당에 옮기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 메시지, 가슴에 새겨야 =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스님 제자로 불일암을 지키며 수행하는 덕조스님은 "장작을 옮겨줘 일주일 수고를 덜었다"며 법정스님이 만들어 사용한 '빠삐용 의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법정 스님이 살아생전 영화 '빠삐용'을 보고 손수 만들었다는 빠삐용 의자. 당시 스님은 "주인공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다" 며 "나도 이 의자에 앉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불일암 한쪽 구석에 놓인 빠삐용 의자는 암자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덕조 스님은 아이들에게 추녀 끝 풍경을 가리키며 '물고기 모양'을 달아 논 이유를 물었다. 이어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바늘하나 꽂을 곳이 없다"며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를 돌아보는 힐링열차'는 대전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교육재능기부 차원에서 기관, 민간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학교 졸업 후 출가에 대해 더 고민해보겠다는 한 여학생은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힐링열차'에 대한 정확한 프로그램 등 취지를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며 "전학왔다는 이유로, 문제학생이라는 이유로, 봉사활동 가산점수를 내세워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힐링열차' 2호는 1박2일로 대전 동아마이스터고 등 지역 11개 특성화고교 학생들을 싣고 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순천만 일대와 송광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전시교육청 나태순 학생생활안전과장은 "지난 3월 힐링열차 참여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76%(41명)가 '만족한다'고 답했다"며 "2호 힐링열차가 다양한 직업을 꿈꾸는 특성화고 아이들과 진로변경입학제로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옮긴 학생들이 진로 문제 등 활력소 충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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