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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템플스테이] 숲길 곳곳에 빈의자 누구든 쉬어가시라

입력 : 
2014-11-05 1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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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가 툭 내려앉는다…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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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이성선 詩 중에서) 그랬다. 우주가 손을 얹었다고. 맞다. 무릇 단풍 감상이란 눈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다. 어깨에 얹고, 꾹꾹 밟아주고, ‘바삭바삭’ 소리도 듣고 해야 제맛인 법. 그러니 단풍 나들이, 템플스테이만 한 것도 없다. 만해도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다면 이랬을 거다. 영혼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고. 너무 가볍다고. ◆ 백담사

명품 템플스테이와 명품 단풍의 조합. 찰떡궁합 ‘단풍 비빔밥’ 코스다. 직접 가서 맛보시면 안다. 혀끝에 착착 감기는 그 맛. 살살 녹는 코스의 풍미. 그러니 이건 중독이다. 늦가을마다 백담사 템플스테이가 붐비는 이유다. 백담사 단풍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강원권 단풍 3대 천왕이다. 사실 설악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풍 명소는 천불동 계곡이다. 하지만 시즌 때는 붐빈다는 게 늘 문제다. 백담사가 둥지를 틀고 있는 내설악 루트는 다르다. 한갓지게 단풍을 즐길 수 있는 보석 같은 코스여서다.

백담사는 한마디로 치유의 사찰이다. 상처받고 아플 때 이곳을 찾게 된다. 만해가 그랬다. 인생의 고비 때마다 해답을 찾은 곳이 여기다. 그가 백담사에 든 게 20세 약관의 나이. 잠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백담사를 다시 찾은 게 25세 때다. 3·1운동을 거쳐 3년간 서슬 퍼런 옥고를 치른 뒤 다시 돌아온 곳도 다름 아닌 여기. 그 치유의 여정 끝에 이곳에서 탄생한 게 ‘님의 침묵’인 셈이다. 그러니 이곳에서 필히 찾아봐야 할 게 만해의 흔적이다. 경내 한편이 그 유명한 만해 기념관이다. 님의 침묵과 함께 불교대전 등 10여 권의 작품 원본과 글씨 110여 점이 전시돼 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치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통 단풍 시즌에 선보이는 코스는 내설악 단풍과 함께하는 명상 트레킹이다. 단풍비 맞으며 산에서 공양하고, 내설악 속살 구석구석 누비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휴식형 맞춤형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으니 편한 프로그램, 찍으시면 끝. 그러고 보니 백담사 홈페이지에 쓰인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하늘 아래 제일 가까운 사찰. 한양에서 가장 가까운 오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계곡. 한번 들어가면 세상을 잊는다는 곳. 템플 체험 가셨다면 세상 잊지 않게, 조심하시라.

▶내비게이션 주소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로 746 (033)462-5565, 5035. baekdam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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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소사 단풍 나들이에 내소사가 빠질 수 없다. 전북 부안군 내소사는 요즘 전나무 덕에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역사만 1300여 년.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고 다시 재건된 뒤, 일주문에서 사천황문에 이르는 길에 전나무를 빼곡히 심었는데 이게 대박이 나버린 거다.

전나무길뿐만이 아니다. 산사 자체도 명품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교수가 한국의 5대 사찰로 내소사를 꼽는 이유, 한 가지다. 나무 탓이다. 그러고 보니 내소사엔 유독 나무에 얽힌 얘기가 많다. 보물 291호 대웅전, 나무 건물이다. 물론 덩치가 크거나 화려한 단청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로, 수수한 매력을 뿜어내는 나무 본연의 꿋꿋함이 강점이다. 정면 여덟 짝의 꽃무늬 문살은 나무를 깎아 만들 수 있는 조각의 백미로 꼽힌다.

인근엔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으니 나들이 코스로도 딱이다.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하섬, 적벽강에 채석강까지 하루가 모자랄 판이다. 유홍준 교수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는 ‘격포에서 모항을 지나 내소사를 거쳐 곰소로 가는 길’도 바로 여기다.

늦가을 템플스테이의 테마는 역시 단풍을 주제로 한 트레킹이다. 천년 고찰에서 자신을 찾은 뒤, 내변산의 직소폭포, 제백이고개, 관음봉 삼거리, 전나무 숲 등 인근 최고의 여행 포인트를 죄다 감상한다. 단풍 드림팀이 총출동하는 코스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명불허전 전나무 숲길. 안개 자욱한 새벽녘 스님과 함께 이 길을 걷는다. 약 500m 남짓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 곳곳엔 빈 의자가 놓여 있다. 누구든 쉬어가라는 의미. 그래, 우리네 인생도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잠깐, 빈 의자에 앉으셔서 쉬어가시라.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내비게이션 주소 :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268 (063)583-7281, naesosa.org



가을 버킷리스트 템플스테이 1. 산청 대원사…지리산 약초 먹어볼까

지리산 품이다. 건강 에너지 당연히 샘솟는다. 명상상담은 물론, 마음 치유, 약초를 통해 체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활용법 등 체험이 특징. 건강한 휴식을 취하는 ‘몸 생생’과 108 애니어그램 마음분석, 명상일지 등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 ‘마음 생생’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055)974-1112

2.영암 도갑사…월출산의 氣 느껴볼까

온 가족이 함께 ‘기차게’ 노는 템플스테이다. 월출산 자락에 안겨 있는 도갑사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노는 게 제일 좋아’는 월출산 홀로 걷기, 스님과 놀기 등, 활기를 불어넣는 놀이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연 4회 운영되는 ‘氣차게 놀자’는 월출산 산행, 행복충전놀이(솜공, 기차놀이, 꽃이 피었습니다 외)로 구성. (061)473-5122

3.양평 용문사…뽕잎 밥 만들어 먹을까

혼자서 자아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대표적 템플스테이. 새벽 예불, 건강 챙김 108배, 타종 체험, 스님과의 차담, 뽕잎 밥 체험 등 상시 운영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최근에는 은행나무 참선, 산길 명상, 건강 요가 등의 프로그램이 추가돼 주말에만 운영한다. (031)775-5797

※취재 협조 = 불교문화사업단(www.templestay.com)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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